[스페셜 리포트] 크래프톤 청약 연기와 한국 게임산업 위치

지난 25일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 관련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았습니다. 해당 내용을 보면 정정 신고 관련 형식적 내용만이 언급돼 있습니다. 보도를 통해 나오는 ‘공모가’에 대해 실제로 금감원이 지적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크래프톤 공모가 산정 과정 점검

크래프톤은 상장을 위한 희망공모가액 산출 방법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선정했습니다. 상대가치평가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게임업 특성상 PER이 가장 적합한 것은 사실입니다.

[관련 검색 : 문서 검색-크래프톤 공시]

공모가 산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비교 대상군을 게임만이 아닌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회사로 선정한 것입니다. 주간사들은 크래프톤이 게임을 넘어 각종 콘텐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가 게임으로 제작되거나 게임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사례는 많습니다. 최근에는 지적재산권(IP)을 통한 영역 확대가 중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크래프톤과 주간사단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통상 공모가 산정을 위한 절차는 ‘모집단 선정’, ‘재무 유사성’, ‘사업 유사성’, ‘일반 요건’ 등을 거치게 됩니다. 모집단은 영화, TV, 게임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259개 기업이 선정됐습니다.

이중 재무 유사성 기준 시총 3조원 이하 기업 219개가 대거 탈락하면서 40개 기업만이 검토 대상으로 꼽혔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CJ ENM 등이 제외됐습니다. ‘3조원 이하’ 제외는 문제 소지가 있지만 PER 기준 카카오게임즈 40배, 펄어비스 38배, CJ ENM 65배(올해 1분기 포함 과거 4개 분기 누적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공모가 산정을 위한 PER(45.2배, 1분기 순이익의 4배 기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특이점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국내 매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PER 기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목입니다. 시장 규모로 본다면 북미와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만큼 국내서 게임 산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관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크래프톤 공모가 문제를 거론했다며 해외 상장 우려를 내비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은 약 20%가 적용돼 이 또한 큰 문제 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2분기가 비수기입니다. 반면 1분기는 순이익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견고한 상황에서 PER이 높아지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렵습니다.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만큼 과도한 밸류는 흥행에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중국 판호 문제와 기업가치

금감원이 언급한 정정요구가 어떤 부분인지 현재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크래프톤이 텐센트와 관계를 공식 인정한 부분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크래프톤은 중국 모바일 게임 중국 ‘화평정영’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중국 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가 중단된 직후 출시됐습니다.

사드(THH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거의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크래프톤이 화평정영을 통해 중국 판호를 우회로 받은 셈입니다.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전체의 70%에 달합니다.

[관련 기업 : 크래프톤]

만약 중국 정부가 화평정영 로열티에 제재를 가한다면 크래프톤은 단연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밸류 산정 문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게임 리스크’ 또한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그만큼 중국 판호 문제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은사막’을 서비스 중인 펄어비스는 지난 2018년 CCP게임즈를 인수했습니다. CCP게임즈는 올해 중국 판호를 획득했습니다. 다만 이 판호는 펄어비스 측에 인수되기 전 CCP게임즈가 신청한 것입니다. 당시 퍼블리셔도 중국 기업인 넷이즈로 변경했습니다.

중국 판호를 받은 것은 분명 호재라고 할 수 있지만 펄어비스 측 반응은 시장과 달리 차분합니다. 펄어비스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국 판호에 대해 안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 보입니다.

글로벌 게임 산업 동향과 한국 게임 산업 한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3월 ‘엘더스크롤’, ‘폴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등을 자회사로 둔 제니맥스 미디어를 8조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배틀로얄 장르인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소니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은 것을 비롯해 여타 투자회사로부터 총 10억달러 자금을 조달하면서 총 287억달러(31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크래프톤 공모가는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합니다. 제닉맥스와 에픽게임즈는 그 역사만큼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픽게임즈는 게임 엔진 ‘언리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타 게임사로부터 로열티도 받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코어’를 통해 언리얼엔진을 사용한 게임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메타버스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다름 아닌 넷플릭스입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는 주주서한을 통해 포트나이트와 경쟁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상 스트리밍 업체와 게임사 간 경쟁 발언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전 산업이 메타버스로 향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는 사업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있었던 셈입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메타버스에 대해 생소하거나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게임 산업은 90년대 비디오게임을 시작으로 PC, 모바일 등으로 확장해왔습니다. 90년대 10대는 현재 40대입니다. 과거 대비 게임에 대한 소비 규모는 현저히 높아졌습니다. 게임 연령층이 확대된 것은 물론 메타버스 형태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세대간 격차 등이 걸림돌이 될 확률도 낮아졌습니다.

게임과 메타버스는 ‘가상공간’과 ‘소통’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유저간 상호작용이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공간과 소통을 중시하는 ‘파티로얄’ 공간을 분리해 운영중입니다. 실제로 유저 간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는 게임이 단순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입니다. 공통 관심사를 보유한 집단인 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 또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티니를 통한 만남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유저들의 지속 이용과도 관련이 높습니다.

‘소통’은 글로벌 게임이 되기 위한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저 증가는 기본이며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자연스럽게 뒤따라 옵니다.

[관련 검색 : 문서 검색-중국 판호 뉴스]

당연한 얘기지만 중국 판호 문제와 이와 관련된 리스크는 국내 게임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재에 이은 유저 감소는 단순 실적 부진을 넘어 지역별 소통이 줄어드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금감원이 크래프톤에 공모가 관련 제동을 했다면 이 또한 중국 관련 매출이 가장 큰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역으로 보면 이는 크래프톤의 한계를 말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이 다양한 시도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거침없는 재편을 이어가는 반면, 크래프톤은 ‘수수료’ 명목으로 표기하고 매출처를 뒤늦게 밝히는 등 조심스러운 행동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단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불명확한 점이 지적됐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 판호가 핵심 요인이라면 크래프톤이 고심해야 하는 부분도 상당합니다. ‘불확실성’ 관련 투자자를 설득 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과거 대비 분명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를 리드하는 게임사가 탄생하지 못하는 데는 문화와 그 트렌드에 대한 이해보다 게임과 수익에만 치중하는 행태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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