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한앤컴퍼니, 남양유업의 ‘무엇’을 봤을까

국내 2위 우유 사업자인 남양유업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됩니다. 매각가는 3107억원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전부 합친 53.08%가 대상입니다. 홍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8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대비 상한가를 기록하며 57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관련 기업 :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77.8% 저감 시켰다고 홍보하던 중 식약처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영업정지와 경찰 수사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고 현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회적 인식은 점차 악화됐습니다. 경영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것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양유업 주가는 2013년을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을 걷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되는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홍 회장은 ‘코로나19+평판 리스크’ 탓에 지분 매각 결정을 했을까요?

영업활동현금흐름 변화, 남양유업 ‘위치’를 말하다

지난 2019년 남양유업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대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계정이 영향을 미쳤지만 그 중에서도 매출채권 증가가 눈에 띕니다. 매출채권이란 기업이 매출을 올린 후 실질적으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발행하는 채권으로 쉽게 말해 ‘외상값’입니다. 남양유업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거래처가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본사와 대리점 혹은 소매점과의 관계에서는 본사가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갑’이 돈을 받지 못하는 때는 ‘을’이 지급 능력이 떨어지거나 두 주체 간 관계가 이전과 달라지는 경우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매출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매출채권 규모도 확대됩니다.

[관련 검색 : 남양유업-재무정보]

그러나 남양유업 매출액은 지속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리점 갑질’ 이후 남양유업 측에서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유통 환경 변화로 판매 경로에서 대리점 위상이 크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리점은 본사 판매를 대신하는 위탁채널입니다. 실제로 대리점은 대형마트 등장 이후 일종의 ‘도매상’ 역할로 바뀌고 온라인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더욱 위축됐습니다.

경쟁 업체이자 업계 1위인 매일유업은 매년 매출액 성장을 이뤘습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지만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면서 유통 구조 변화에 적응하는 등 시대 흐름에 발맞췄습니다. 남양유업 홍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유통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양유업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 대리점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가리스 사태 직후 홍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개편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검색 : 남양유업-주주 및 배당정보]

기업 승계 문제는 제외하더라도 지배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 회장이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소유와 경영 분리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현 시대의 ‘지배구조’는 ‘지분구조’ 다소 혼동돼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확히 지배구조는 의사결정 구조를 의미하며 기업의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담당합니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은 이사회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주주총회를 거치는 경우 홍 회장 영향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홍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 매각으로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한 이유로 오너 리스크 해소가 지목됩니다. ESG 중 S(사회) 부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S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G(지배구조)의 개편을 의미합니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 100% 평가한 한앤컴퍼니…남양유업 가치 ‘바닥’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업계에서 기업가치 제고로 명성이 높은 곳입니다. 최근 진행 중인 거래는 자동차 공조 시스템 업체인 한온시스템 매각이며 지난해는 대한항공 기내식과 면세사업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쌍용양회, SK해운 등을 어려운 시기에 사들여 정상화 시키는 등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관련 검색 : 한온시스템-시장정보(주가)]

한앤컴퍼니는 주로 ‘볼트온’ 전략을 구사합니다. 볼트온이란 유사 업종에 속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2012년 국내 시멘트 업체와 사업장 등을 인수해 이후 업계를 완전히 재편한 장본인입니다.

최근 볼트온 전략을 구사하는 곳은 음식료에서 서비스까지 확장된 영역입니다. 업계에서 나오는 예상은 호텔+기내식입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호텔현대를 인수했습니다. 대한항공 기내식과 면세점만 본다면 의아할 수 있지만 호텔과 시너지를 예상하면 충분히 가능한 그림입니다. 기내식은 HMR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극복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웅진식품 매각 이후 한앤컴퍼니가 다른 음식료 업체를 찾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 대상이 남양유업이 된 것입니다. 기내식이나 호텔에 들어가는 우유가 남양유업 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앤컴퍼니가 시너지 혹은 경영과 영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양유업 사례는 오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타 인수 대상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한앤컴퍼니가 어떤 개선 방안을 들고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사회입니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과반수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3명이 오너 일가로 상당히 불투명한 지배구조입니다. 이사회 구성원을 새로이하고 각종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통 라인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리점 중심에서 벗어나 매일유업과 같이 온라인 등 새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대리점주들이 겪는 고통도 줄어들면서 S(사회) 부문에도 영향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검색 : 남양유업-재무 정보(현금흐름표]

남양유업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투자를 지속해왔지만 2019년부터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남양유업이 이를 재개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는 제한적입니다. 그간 안정적 현금흐름 덕에 채권시장은 발을 딛지도 않았고, 신용등급도 없습니다. AA- 등급을 보유한 매일유업과 역시 대조적입니다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채권시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ESG경영 채비를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 2018년 이후 증권가에서는 남양유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남양유업에 대한 관심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자금조달이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한앤컴퍼니가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남양유업의 ‘위치’를 어디에 세울지 주목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기업가치가 ‘바닥’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 듯 합니다. 이례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100%’를 지불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한앤컴퍼니가 선택한 기업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어느 하나 쉬운 딜(deal)이 없었던 만큼 기업에 대한 가치, 경영 리스크 등을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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