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Fed 자산 변화와 인플레이션의 귀환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금리입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 이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산 거품 등을 경고하면서 촉각이 곤두선 모습입니다.

늘 그렇듯 금리 인상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화두가 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물가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Fed의 금리 인상 결정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 미국 물가 상승률은 3%대를, 경제성장률은 6%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성장,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이러한 수치는 채권투자자들에게 공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 기저효과 탓으로 돌리기에 시장의 신경질적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관련 검색 : 경제지표 탭-물가]

미국 소비자 물가

현 상황이 다소 의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그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경제에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이후에도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다양한 이슈들이 경제를 위협했지만 그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선 곳도 중앙은행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야 중앙은행이 적극 경기부양을 시도해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가 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 오히려 공포 대상으로 돌변했습니다. 상황 인식이 바뀐 이유로는 저인플레이션-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비정상적 상황’이 기준이 되면서 정상으로 가는 단계를 오히려 경계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코로나19 여파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이 중요하다는 주장(현 수준 금리 유지)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을 예고하면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금리 인상)이 대치되고 있습니다.

Again 2013 Tapering?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 Q&A를 통해 “금리 인상 훨씬 전 월간 1200억 달러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실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암시한 것입니다.

이에 주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Fed의 2013년 테이퍼링 발표입니다. 2013년 12월 Fed는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2년 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실질적으로 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는 빨라야 2023년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간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Fed의 자산 구성 변화입니다. 지난 2013년 Fed가 테이퍼링을 실시한 이유 중 하나로는 과도한 보유자산이 꼽힙니다.

Fed 자산 보유 추이. 출처: Fred

당시 Fed가 보유한 자산규모는 4조 달러로 대부분 채권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특히 장기 채권 매입 규모를 늘려온 탓에 듀레이션이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듀레이션이란 채권 등에 투자 시 이자 등을 포함한 자금 회수 기간을 가중 평균한 값입니다. 예를 들면 만기 1년, 10% 이자를 지금하는 채권의 듀레이션은 약 11개월이 됩니다.

2013년 말 Fed 보유 자산 듀레이션은 8로 2012년 말 6.3 대비 크게 확대됩니다. 이 기간 동안 1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시장 금리는 1%포인트 뛰어오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산을 매입하는 동안 금리는 하향세를 그렸지만 2013년 한 해는 반대 상황이 펼쳐졌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Fed 자산 인식입니다. 4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 듀레이션이 8이라면 1%금리가 상승할 때 3200억 달러의 평가 손실(4조 달러 x 8 x 0.01)이 발생합니다.

민간 투자기관도 아닌 중앙은행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다양한 통화정책을 펼치는데 발목을 잡게 됩니다. Fed 대주주가 미국 정부가 아닌 JP모건, 씨티그룹 등 민간 기업이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부자가 아닌 이상 당시 Fed가 무엇을 기준으로 테이퍼링 결정을 내렸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경기 회복이 Fed 정책 여력 제한한다는 점, 가파른 금리 상승 시 최대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2014년 유가 폭락, Fed 성격을 드러내다

Fed의 2013년 테이퍼링 발표 이후 금융투자업계와 언론 등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Fed는 2014년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10월 국제 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습니다. 예상대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로’(0)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검색 : WTI]

그러나 Fed는 시장 예상을 깨고 2015년 1월 FOMC 의사록에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담았습니다. 실제로 같은 해 12월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을 결정합니다.

시장 예상이 빗나갔던 가장 큰 이유는 Fed 자산 포지션 간과입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시장 금리상승을 억제하고 이는 결국 Fed가 통화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국제 유가 하락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큰 기여를 했고 Fed는 자산 평가손실도 만회했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출구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2011월 12월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배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셰일에너지 개발은 이듬해인 2012년부터 시작됐고 불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가 폭락으로 중동 국가들은 넉다운 됐습니다.

미국은 기축통화, 군사력에 이어 에너지 자립에 성공하면서 3대 패권을 갖추게 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자산 듀레이션 축소한 Fed와 그 의미

Fed가 현재 보유한 자산은 8조 달러 수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최근 테이퍼링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가능성은 2013년 대비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2013년 테이퍼링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Fed는 경기 회복 시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막대한 자산을 매각하려 해도 이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주체도 없고 듀레이션 기간만큼 채권 만기를 기다려야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Fed의 행동 반경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13년 말 대비 현재 Fed가 보유한 자산은 두 배 정도 증가했지만 만기별로 보면 10년물 이상 장기채 비중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단기물과 중장기물에 집중하면서 장기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Fed가 보유한 자산 듀레이션은 2013년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 그 이전 수준인 6.3을 하회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Fed가 이전 대비 시장 금리 상승에 대한 충격을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만큼 정책 선택지도 많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준 자산 규모 추이. 출처: Fred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배경과도 맞물립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문제가 생기면 또 돈 풀겠지”라는 믿음이 점차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정책이 꼽히기도 합니다. 정책 변화나 위험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대체자산에 관심을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Fed가 단기채 비중을 늘렸다고 해서 테이퍼링에 이어 금리 인상까지 정책을 마구 쏟아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을 안정 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 매도, 장기채 매입)를 통해 장기물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입니다. 아무리 듀레이션이 축소된 들 금리가 오르면 Fed도 타격을 입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전체 수급 상황을 보면 낮은 금리 수준이 지속된다는 기대는 어렵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추진을 위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채권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이퍼링은 채권 매입 규모 감소를 의미하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해당됩니다. 2013년 테이퍼링 발표 이후 시장 금리가 상승하지 않았던 이유로는 자금 회수가 지목됩니다. 정상적인 금리 상승은 돈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야 가능합니다. 공급을 줄이는 정책도 유사한 효과를 보이지만 이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을 제한하게 됩니다.

미국 정책 금리

2013년과 테이퍼링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 정부의 투자 여부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수요가 끌어올리는 금리 상승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리 상승과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늘 논쟁 대상인 인플레이션 복귀 여부가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채권 전문가들도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된 채권 시장 호황이 끝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막대한 유동성이 모든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금리 상승=자산 가격 하락’이라는 공식으로 연결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Fed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은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미국 정부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습니다. 그동안 Fed가 자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산 듀레이션을 축소한 것도 어느 정도 충격을 감내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습니다. ‘구원투수 중앙은행’이라는 막연한 믿음에서 벗어나 좀 더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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