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장 마감후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 차원에서 향후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발 악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 금지 요청이 빗발쳤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결정이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에도 일부/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매입해 주식을 되갚는 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지이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전면 금지 되었다. 현재는 주식을 빌리고 공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 상태이다.
공매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최근처럼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고, 이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아진다. 사실상 공매도 시장은 기관 또는 외국인에게만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거 두 번의 사례를 통해 공매도 금지의 시장 영향력에 대해 분석해 보려고 한다.
딥서치의 이벤트 분석 기능을 통해 뉴스에서 공매도 금지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온 날을 추렸다. 키워드는 ‘공매도 and 금지’ 이다. (이벤트 분석 페이지 결과를 확인하려면 여기 클릭) 2008년 9월, 2011년 8월 그리고 오늘인 2020년 3월 13일이 걸러졌다.

해당 날짜의 뉴스 flow를 자세히 살펴보자.
- 2008년 9월
–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증시 급락해 1,500선을 하향 돌파한 9월 24일 공매도 집중 종목에 대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발표. 단, 금지 기간 10일로 짧고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 금지
– 이후 증시 급락이 멈추지 않자 9월 30일 전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발표
(공매도 1일부터 전면금지)
– 캐나다,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주식 시장도 공매도 금지하며 정책 공조 이뤄짐 - 2011년 8월
–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증시 급락. 8월 9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자사주 매입 취득 한도 제한 완화 발표. 주요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음 <금융위 상임위원은 “상반기 하루 평균 1000억원 수준이던 공매도 규모가 최근 4000억원을 넘어서며 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며 “8월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공매도가 전체의 96%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정보가 제한된 개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 2008년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정책 공조 나타나.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자, 미국, 일본, 호주, 대만, 한국 등 각국은 주식 값 하락을 키운 주범으로 헤지펀드를 지목하고, 이들의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 취함 (공매도 금지 공조, 손절매 어쩌나) - 2020년 3월
– 코로나발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KOSPI 장 중 1,700선 깨짐. 3월 13일 장 마감후 금융위원회는 6개월간 한시적 공매도 금지 발표.
공매도 금지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기사 참고 — 공매도 금지, 약발 논란 분분) 다만 조심스럽게 과거 패턴을 통해 이후 시장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2008년은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추가 하락 후 상승했고, 2011년은 급등락이 반복되는 횡보 흐름을 보이다 조금씩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을 그렸다.


급락의 주요 원인인 코로나 확산세가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점, 유가 급락 이후 방향성을 탐색하는 구간인 점을 고려할 때, 공매도 금지 발표 이후에도 증시의 v자 반등 보다는 2008년, 2011년과 유사한 패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모기지 사태때에는 글로벌 공매도 금지 발표 이후에도 1,400선에서 1,000포인트까지 20% 가까운 추가 하락이 나왔다. 미국 구제금융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는 일시적인 방편이고, 사태의 핵심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공매도 금지’라는 글로벌 정책 공조가 나온 타이밍이 하락 사이클 상에서 8부 능선을 넘은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주식 시장은 과거와 비교해도 유례없는 속도로 급락했는데, 이로 인해 ‘공매도 금지’가 발표될만큼 현재 시점이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태라고 해석가능하다. 약세 장에서는 펀더멘탈을 기준으로 바닥을 유추해 보는 것도 좋지만, 뉴스/정책 등에 반영된 투자자의 심리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하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의 정책 발표를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