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issue] ‘노 저으며 둘러보는’ 팬오션

[자본시장은 크게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으로 나뉩니다. 이중 기업 신용과 직결되는 곳은 DCM입니다. DCM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지만 금리 수준에는 원자재, 실업률 등 경제 전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크레딧 이슈’는 금리를 둘러싼 경제, 산업, 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하는 코너입니다]

하림그룹,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참여했습니다. ‘닭고기’와 항공업은 연관이 없지만 하림그룹은 지난 2015년 팬오션 인수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팬오션 매출액 비중은 32.7%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를 인수하면 기존 해운과 함께 입체적 운송이 가능해집니다.

[관련 기업 :하림지주]

육계업이 주력인 하림그룹 특성상 팬오션은 벌크선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시너지 기대가 높았습니다.

항공업은 주력 운송 대상이 달라 시너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 운송 트렌드를 보면 속도를 중시합니다. 주문만 하면 매일 아침 제주도에서 돼지고기가 배송됩니다.

반드시 ‘고기’만 날라야 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화물 운송은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한다면 그룹 내 운송 부문 기여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팬오션, 2년 만에 공모채 도전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 4년 만인 지난 2019년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습니다. 당시 1000억원 조달에 성공하면서 ‘STX그룹 사태’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당시에는 ‘A-, 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 받았습니다. STX그룹에 속해 있을 당시 평가 받은 A0 등급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장 우려를 극복하고 공모 시장에 정면 도전한 것은 말 그대로 ‘자신감’을 내비친 것입니다.

[관련 검색 : 채권분석 탭-팬오션]

팬오션은 이달 중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2년 만에 다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규모는 500억원이며 채권 상환 일정을 고려하면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갚진 않을 겁니다. 시장에서 나오는 얘기는 친환경 관련 자금입니다.

팬오션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증가해 비우호적 영업환경 속에서도 선전했습니다.

[관련 검색 : 경제지표 탭-해상 운송업]

해상운송업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전 수준은 아니지만 작년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역대급’ 호황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아울러 해상 운임도 지속 상승하고 있어 긍정적 실적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눈치 싸움 시작한 팬오션

현재 팬오션 신용등급은 A-이며 등급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해운업 분위기를 감안하면 A0 복귀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인수 주체는 하림지주도, 하림도 아닌 팬오션입니다.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발행사들도 채권 시장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작은 규모 혹은 큰 규모로 발행하면 시장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500억원은 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적정’ 규모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팬오션의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와 발행 규모 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변수로 등장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우려한다면 발행 채권이 전부 소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교 사례는 지난해 7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의 회사채 발행 시도입니다. 당시 3000억원 발행에 실질적으로 들어온 주문은 11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HDC현산은 회사채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인수 포기를 위해 일부러 공모채 시장에 도전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적극 인수 의지를 보였던 만큼 포기할 명분도 필요했다는 분석입니다.

팬오션은 아직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명분까지 필요로 하진 않습니다. 다만 팬오션 공모채 발행은 시장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결과가 팬오션과 이스타항공 운명을 암시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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