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크게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으로 나뉩니다. 이중 기업의 신용과 직결되는 곳은 DCM입니다. DCM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지만 금리 수준에는 원자재, 실업률 등 경제 전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크레딧 이슈’는 금리를 둘러싼 경제, 산업, 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섭니다. 채권 발행이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엔씨소프트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보기 힘든 기업입니다.
국내 공모 채권 발행 시장에서 인색하기로 소문난 곳이 제약바이오와 게임 업계입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개발 등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반면 게임업계는 ‘캐시카우’ 성격이 강해 조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채권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은 같지만 그 내막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신용등급은 AA0입니다. 현대차가 보유한 AA+ 등급 바로 아랫 단계로 우량등급(AA-급 이상)에 속합니다. AAA급을 부여 받는 곳도 있습니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정도만 여기에 속합니다.
그룹사인 경우 신용등급이 한 노치(notch) 상향 조정되기도 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그룹사도 아닌 엔씨소프트가 AA0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최고 등급을 부여 받고 있는 겁니다.
엔씨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시장 조달에 나서면 투자자들은 돈을 싸들고 달려듭니다. 만기 보유 시 원금보장은 물론 이자도 수취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 펀더멘탈이 개선된다면 금리하락에 이은 채권가격 상승으로 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대비 채권이 안정성이 높고 ‘엑시트’ 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은 셈입니다. 사실 투자자들이 채권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시장 대비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운용사들이 자금을 굴리기에 주식시장은 너무 좁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채권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지난 2016년과 2019년 각각 1500억원, 2500억원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오는 2022년과 2024년에 각각 1400억원, 1100억원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내년 상환해야 하는 자금을 고려해도 현 시점에서 조달은 상당히 빠릅니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는 왜 지금 이 시점에 채권 발행에 나설까요?

우선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부담입니다. 특히 장기물 위주로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스프레드(국고채 10년물-1년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 정책 금리 결정에 민감하지만 장기 금리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전망에 영향을 받습니다.
금리스프레드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지 않습니다. 장기물 위주로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되면 단기물도 금리가 오르면서 그 격차가 좁혀집니다. 시장 전반 금리가 오른다면 채권 발행 기업에도 단연 부담이 됩니다. 엔씨소프트의 회사채 발행은 향후 경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초 네이버의 회사채 발행입니다. 네이버 또한 회사채 시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업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말부터 차입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공격적 투자를 하면서 부채비율도 급등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네이버의 포털 광고 수익 중심에서 벗어난 사업포트폴리오 안정화에 있습니다. 그만큼 성장을 위한 투자에도 과감해질 수 있었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여타 그룹과 지분교환, 소프트뱅크와 연합, ‘왓패드’ 인수 등 실질적으로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본격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네이버 입장에서 신용 레코드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채권 발행은 시장과 소통은 물론 해외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회사채 발행도 네이버와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소프트은 연간 영업이익률이 20~30%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리니지2M은 북미와 유럽 등 해외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레진엔터테인먼트(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 더욱 강한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어디에 주력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K팝이 될 수도 있고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현재 보이는 행보의 모든 것이 메타버스 시장을 노리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단순 금리 수준, 차환 등을 고려한 것이 아닌 ‘시장과 소통’을 통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확장’을 모색하는 엔씨소프트의 시장 공략이 어떤 방식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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