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크게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으로 나뉩니다. 이중 기업 신용과 직결되는 곳은 DCM입니다. DCM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지만 금리 수준에는 원자재, 실업률 등 경제 전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크레딧 이슈’는 금리를 둘러싼 경제, 산업, 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하는 코너입니다]
펄어비스 공모 회사채 발행 첫 도전
펄어비스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입니다. 공모채 발행을 위해서는 최소 2곳의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0, 안정적’을 부여 받았으며 타 신평사 평가가 진행중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 게임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유일합니다. 펄어비스가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 게임사 중 3번째로 회사채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보는 채권 시장
기업이 채권 시장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보통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습니다. 기업은 투자자에게 성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이익을 만들어야 합니다.
적자가 지속된다면 기업도, 투자자도 모두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반면 채권시장은 투자자에게 최소 이익을 보장해야 합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이자’입니다.
채권 투자자는 만기에 원금을 상환 받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면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주식과 채권의 장단점은 극명히 갈립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채권도 주식처럼 가격이 늘 움직인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채권 또한 유통시장에서 거래됩니다. 다만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는 기관투자자들로 제한됩니다.
‘이자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발행 시장은 같은 금액 조달 시 채권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시장과 기업 상황에 따라 금리만 조정됩니다.
그러나 채권은 ‘만기’라는 특성 때문에 시장 금리가 변동되면 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관투자자가 발행시장에 참여해 채권을 사들이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채권가격 변동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금리 변동 시나리오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거래합니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는 채권투자시 크게 두 가지를 봅니다. 바로 향후 시장 금리와 기업 컨디션입니다.
시장 금리는 모든 채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좀 더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기업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채권투자자 또한 주식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기업 이익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검토합니다. 해당 요인들은 기업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등급 상향 혹은 하향 여부를 결정 짓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채권투자자들은 기업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제한합니다.
3N과 2P
국내 게임업계는 3N이 주름잡고 있습니다. 3N은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지칭합니다. 신흥주자인 2P도 거론됩니다. 2P는 펄어비스와 펍지(크래프톤)를 말합니다.

넥슨은 아직까지 채권을 발행한 이력이 없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게임 업체 중 유일합니다. 펄어비스는 게엄업체 중 3번째로 회사채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아직 펄어비스가 3N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게임업계 4위’ 이미지를 굳힐 수도 있습니다.

크래프톤과 스마일게이트 심지어 카카오게임즈까지 큰 폭으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 입장에서는 불편한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원 게임 리스크’ 탈피하는 펄어비스
채권 발행사들은 주간사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발행 물량과 금리 등을 결정합니다. 이변이 없는 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한 수요를 예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자들이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중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펄어비스는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이 마이너스(-)입니다. 현금성 자산이 총차입금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 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펄어비스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원 게임 리스크’입니다. CCP게임즈를 인수했지만 여전히 ‘검은사막’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꺼릴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올해 말 ‘붉은사막’ 런칭을 시작으로 ‘도깨비’, ‘플랜8’ 등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흥행 여부는 차치하고 펄어비스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순차입금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고 신용등급은 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CCP게임즈 인수입니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8년 CCP게임즈 지분 100%를 2524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현금성 자산은 3000억원으로 외부조달이 없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전부 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당시 펄어비스는 1000억원 차입을 결정했고 ‘무차입경영’은 막을 내렸습니다.
최근에는 ‘로스트킹덤’으로 유명한 팩토리얼게임즈 지분 100% 인수했습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게임 개발 혹은 추가 M&A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펄어비스가 자금조달 창구를 열었다는 점입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할 당시 펄어비스 투자를 담당했습니다. 내외부를 통털어 자금측면 펄어비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정 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펄어비스가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여타 기업과 비교할 때 큰 변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에 능한 정 대표를 고려하면 단순 국내 시장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채권 발행 기록은 펄어비스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투자를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채권 발행 자체가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펄어비스의 채권 발행은 글로벌 게임사를 목표로 하는 그 의지를 실질적으로 표명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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