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엔씨소프트 주가 급락과 펄어비스 주가 급등입니다. 양사가 각각 신작 출시와 신작 시연 영상을 선보인 가운데 시장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습니다.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는 게임시스템 진화가 아닌 과금시스템 진화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펄어비스는 ‘도깨비’ 시연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 게임의 희망’이라는 타이틀을 확인했습니다.
게임과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투자자, 유저, 경영자 등) 이번 사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그간 국내 게임 업계에 대한 유저들의 분노가 상당히 누적된 결과인 것은 분명합니다.
엔씨소프트의 과도한 과금 체계와 ‘문양 롤백’ 사건’
엔씨소프트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과금 체계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이템 강화 등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사람들도 상당합니다.
과금 체계를 떠나 돈을 쓰든, 쓰지 않든 그건 유저의 선택이니 이것만으로 엔씨소프트를 비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문양 롤백’ 사건이 터집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미 수많은 유저들과 언론들이 다뤘기 때문에 추가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문양 롤백 사건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유저들이 그간 엔씨소프트에 갖고 있던 과금 체계에 대한 불만을 폭발 시킨 기폭제였습니다. 트럭까지 동원되는 시위가 이어지는 등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과금 체계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 탓입니다.
엔씨소프트 VS 펄어비스, 과금에 대한 시장 반응

위 차트는 딥서치 마인드맵을 통해 ‘엔씨소프트 과금’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우선 지표 해석에 앞서 과금에 대한 언론 보도 행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과금에 대한 기사는 단어 특성상 긍정적 보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과금’이라는 키워드가 기업이 내놓는 보도자료, 증권사 리포트 등과 공존하면서 긍정적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통상 특정 기업에 대한 보도는 긍정적 기사수가 많지만 복합 키워드로 기업 평판을 알기 위해서는 긍부정 값을 아예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이 차트를 해석할 때 유의해야 하는 부분은 ‘과금’ 등 부정적 뉘앙스가 포함된 복합 키워드는 기사수 자체를 ‘부정적’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입니다. 기사 특성 상 내용에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가운데 ‘과금’이라는 부정 뉘앙스가 지적되기 때문입니다.

위 차트는 ‘엔씨소프트’ 단일 키워드에 대한 감성분석입니다. 복합 키워드와 비교할 때 기사수에서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엔씨소프트 과금’ 키워드 차트를 보면 과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때는 2016년 말부터입니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시장에 진출한 시점이 2015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되실 겁니다.
또 지난 2월 문양 사태 이후 3월부터 관련 기사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수는 역대급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전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언론들의 기사수가 늘어나는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기사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한 쪽으로 방향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증가하는 가운데 블레이드앤소울2는 이 추세를 더욱 강화하는 등 언론 보도 행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차트는 ‘펄어비스 과금’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펄어비스도 과금 체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저들과 업계에서 지적하는 ‘pay to win’ 방식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펄어비스 과금’에 대한 기사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국내 게임 업계가 과금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확대되면서 게임 기업 전반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던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펄어비스 과금’ 키워드에 대한 기사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평판 리스크 확대와 의미
평판 리스크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ER)입니다. 같은 업계에 속해 있는 기업이더라도 PER은 항상 다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중소기업 A가 각각 휴대폰을 판매하고 똑같이 1000억원을 번다고 하면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삼성전자 주가가 더 높은 수준에서 거래됩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가진 브랜드, 시장지배력, 자금력 등을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더 쉬운 예를 들자면 서울 지역 집값이 지방보다 높은 이유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산업 인프라, 교통, 교육 환경 등에서 서울이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검색 :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PER 2018–2021]←클릭

위 차트는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PER 추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7년 9월 상장 직후 실적 대비 과도한 수준에서 주가가 거래됐습니다. 2018년 PER이 급등한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상장 후 1년이 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해당 기업이 가진 본질과 브랜드 평판 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펄어비스가 어느 수준의 PER에서 거래돼야 하는지 점차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늘 엔씨소프트보다 낮은 PER 수준에서 거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금 시스템 비판에서 제외할 수 없는 넷마블을 PER 차트에 추가하면 더욱 드라마틱한 장면이 도출됩니다. 지난 5월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펄어비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브랜드, 시장 지배력 등에서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평판은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PBR 추이로 보면 펄어비스는 상장 프리미엄이 점차 꺼지면서 엔씨소프트가 PER과 PBR 모두 펄어비스 대비 높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넷마블 PBR이 현저히 낮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코웨이 인수(2019년)로 게임사 프리미엄이 제거된 결과입니다.
현재 넷마블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게임사에서 점차 제외되는 분위기입니다. 엔씨소프트도 게임사보단 단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게임을 사용하는 기업으로 평판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과금 시스템을 개편해야 합니다. 게임 다운 게임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을 포기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평판이 악화되든 수익 악화되든 당분간 기업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뜻입니다.
모든 게임사들이 자체 게임엔진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펄어비스가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게 자체 게임엔진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여타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행보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기업 신뢰와 성장…CRM의 중요성
현 시대는 PC, 모바일 기기 발달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예가 ‘불매운동’입니다. 시장 정보가 워낙 빠르게 확산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불매운동의 파급력은 과거 대비 측정 어려울 정도로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감대’입니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기업의 CRM(고객관계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일즈포스가 발표한 ‘스테이트 오브 커넥티드 커스터머(State of Connected Customer)’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응답자 가운데 82%가 기업 신뢰도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았습니다. 이는 향후 고객 신뢰가 높지 않은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엔씨소프트는 문양 사건 이후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고객 신뢰를 충분히 높였다면 이번 사태 또한 이렇게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역대급으로 늘어난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돌릴 방법은 각 기사 내용에 담겨 있습니다. 현 과금시스템을 없애고 유저가 합당하게 지불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현 시장은 엔씨소프트가 변화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것 역시 엔씨소프트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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