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이슈] 반독점법과 정치 리스크, 네이버-카카오가 받은 충격의 의미

[자본시장은 크게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으로 나뉩니다. 이중 기업 신용과 직결되는 곳은 DCM입니다. DCM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은 금리지만 금리 수준에는 원자재, 실업률 등 경제 전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크레딧 이슈’는 금리를 둘러싼 경제, 산업, 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파악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6월 미국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데이비스 시실리나 민주당 위원장은 ‘플랫폼독점종식법’ 등 4개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빅테크 기업(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으로 추정)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입니다. 명분은 대기업 독점을 막는데 있지만 미국 반독점법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소 얘기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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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법은 일명 ‘셔먼 법’으로 불리며 1890년 미국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존 셔먼이 ‘셔먼 트러스트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셔먼 법은 존 록펠러가 이끄는 스탠다드오일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1911년 5월 스탠다드오일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인정받고 34개 기업으로 분리됐습니다.

반독점법 등장은 록펠러의 극악무도한 경영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독점 기업이 커질수록 국가 또한 기업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탓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와 표심 관계입니다.

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30대 대통령으로 취임 후 1906년 스탠다드오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대부분이 록펠러를 지지하고 있었던 탓에 스탠다드오일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록펠러가 엄청난 돈을 뿌리며 반격을 했다는 점입니다. 자본으로 권력 통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은 정치인들에게 늘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스탠다드오일이 여러 회사로 분리된 해에 미국 담배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던 아메리칸타바코도 16개 회사로 분리됩니다. 이후 반독점법은 더욱 강화돼 1982년 미국 최대 전화회사인 AT&T를 7개 기업으로 강제 분할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2개 기업으로 분리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항소를 진행했고 정부와 타협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 법원은 애플 ‘아이팟’과 ‘아이튠스’ 관련 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기도 했습니다.

적과의 동침 삼성전자

앞서 2013년에는 미국 의회까지 삼성전자를 공격하면서 애플 편들기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미국 반독점법은 각 주체별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출발했으나 자국보호무역주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트럼프 정부 집권 당시 유럽연합(EU)과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관세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독점규제는 본래 취지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정보 사회로 접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대기업은 그 힘이 더욱 강해지고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탓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일자리 창출, 지지율 등이 맞물리면서 반독점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향한 규제 칼날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전일대비 각각 7.87%, 10.06% 급락해 장을 마쳤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투자자들이 놀란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극에 달할 때 수준과 비슷한 낙폭입니다.

네이버 주가 추이
카카오 주가 추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부인하긴 어렵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랫폼 규제는 반독점법 명분 아래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빅테크 기업들의 힘이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정치권에서는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SG가 글로벌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과거 스탠다드오일과 같이 각종 횡보와 공작으로 한 기업이 힘을 갖기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또 고객과 밀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운명은 결국 고객에게 달려있는 시대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성장 과정에서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세력이 존재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네이버가 카카오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 오히려 경제 규모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의견 중 무엇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플랫폼 출범 이전과 이후 자체를 단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 검색 : 플랫폼]←클릭

갑작스런 규제 소식에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네이버와 카카오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율성’이 정치를 이긴 셈입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탓도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충격을 받은 지금은 밸류 자체도 부담입니다. 울고 싶은데 누가 뺨을 때리자 우는 격으로 투자자들은 대규모 매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규제’라는 단어입니다.

[관련 검색 : 경제지표 탭-원달러 환율]

지난 8월 하락장 이전까지 시장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데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도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두 지표는 통상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주가 충격이 ‘규제+환율 부담’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면 단기적으로 추세적 상승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주가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 중에서도 정치, 정책(금리 포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힙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최악의 악재를 만난 국내 대표 테크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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