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 내내 시장을 뒤덮은 소식 중 하나는 헝다그룹 파산설입니다.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헝다그룹 쇼크는 중국만의 문제이며 미국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하자 시장은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있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시발점이지만 근원은 CDO(합성담보부증권)에 있었습니다. 비우량등급과 우량등급이 혼합된 상품이 초우량 등급 상품으로 둔갑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준 결과였습니다. 근본을 파헤쳐보면 헝다그룹 문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비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현재 시장에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말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헝다그룹 매출규모는 2019년 기준 전체 부동산 회사 매출의 4.3% 수준입니다. 중국도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크지 않습니다. 헝다그룹의 은행대출과 WMP 상품을 합친 은행관련 차입금 규모는 중국 전체 은행 대출의 0.29%, 은행 총자산의 0.15%, 자기자본의 1.81%입니다. 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치고는 작다고 할 수 없지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우발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중국 정부는 부동산개발업체의 차입 비율을 제한하는 ‘3대 레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 100% 미만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자산 비율 100% 초과 등을 지켜야 신규 대출이 가능해집니다.

헝다그룹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조건을 모두 넘어섰습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을 줬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중국 정부는 최종 압박을 강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강공을 펼치는 이유로는 민심이 꼽힙니다.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하자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물가부담이 늘자 신용긴축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집값 상승세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추진했던 것이 바로 ‘3대 레드라인’입니다. 양극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 정부 정책이 지속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외친 이유이기도 합니다.
헝다그룹 파산설과 Fed 테이퍼링 공통점은 디레버리징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시장이 헝다그룹 파산설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히 놀랐기 때문일까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Fed의 테이퍼링 결정 여부입니다.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늘면서 테이퍼링이 선행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테이퍼링 자체가 경기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테이퍼링이란 양적완화(QE) 규모 축소입니다.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아닌 경기 부양 규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보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입니다. ‘상대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쪽이 새로운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차환을 끝내도록 만드는 격입니다. 이는 엄연히 자금수요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즉 경제에서 가장 이상적 국면이라고 여기는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금수요 증가에 이은 설비투자 확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공급을 늘려 물가를 안정시켜야만 현재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각국 정부는 기업들에 설비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이퍼링이 실시되면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금리 부담은 자금수요 증가가 아닌 자금회수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거나 디플레이션으로 진행되면 생산효율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펀더멘탈보다 빠른 금리 상승은 결국 다시 금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헝다그룹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디레버리징에 속해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로 끌어올린 글로벌 자산가격이 제 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나라든 주식시장은 노이즈가 상당합니다. 따라서 단기 흐름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반면 채권시장은 노이즈가 제한적인 만큼 이를 주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기 전 채권발행시장에서는 일부 우량등급 조차도 자금을 끌지 못할 정도로 경제 충격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상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우량-비우량등급이 대거 시장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달 목적, 흥행과 실패 여부를 우선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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