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서치톡] ‘영란은행 굴복’ 30년…쿠팡에서 다시 만난 소로스·드러켄 밀러


  • 본 글은 11월 22일 한경닷컴 게임톡에 제공됐습니다.

쿠팡 주식을 대거 매수한 조지 소로스와 스탠리 드러켄 밀러는 1992년 파운드화 공매도로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1998년 LTCM(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과 2000년 IT버블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세기 최고와 최악의 투자 결과를 기록한 두 거물에 쿠팡은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

쿠팡 주가 추이(단위: 달러) 출처: 딥서치

지난 15일(현지시간)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소로스펀드)와 스탠리 드러켄 밀러(듀케인패밀리 오피스)가 쿠팡 주식을 대규모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로스펀드는 50만주(약 170억원),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는 1550만6097주(약 5110억원)를 각각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두 사람이 쿠팡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그들의 투자 결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판매관리비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그렇다면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가 쿠팡 주식을 산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헤지펀드

소로스하면 가장 유명한 일화가 파운드화를 공매도해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사건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파운드화는 달러에 통화 패권을 내줬다. 이후 영국은 1990년 유럽 내 단일통화권 구축을 추진하게 된다. 당시 파운드화는 독일 마르크화 대비 상하 6% 수준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페그제’ 가 적용됐다. 밴드 이상 혹은 이하로 파운드화가 움직이면 영란은행이 개입하는 구조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독일 연방은행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이에 마르크화는 강세를 보였고 파운드화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파운드화 가치를 방어해야 하는 영란은행도 금리를 올렸지만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았다.

달러/파운드화 추이. 출처: 딥서치

소로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파운드화를 대거 공매도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검은 수요일'(1992년 9월 15일)이다. 이 작전을 짠 인물이 당시 ‘퀀텀펀드’ 총괄담당인 드러켄 밀러이며 이 계획에 동의하고 허가해준 사람이 소로스다. 즉 영란은행이 손을 들게 만든 헤지펀드계 거물이 다시 쿠팡에서 만난 것이다. 파운드화 공매도와 다른 점은 ‘하방’이 아닌 ‘상방’이다.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의 적은 누구일까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는 투자에 앞서 향후 펼쳐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특히 소로스는 어렸을 적부터 각국 이념이 충돌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사실 그의 본명은 조지 슈와르츠다. ‘소로스’는 정치와 이념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산물이다.

그만큼 소로스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실적 등의 단순한 전망만 고려하지 않는다. 투자 대상이 기업이라면 그 대상을 둘러싼 이해관계 등도 점검한다.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가 영란은행을 최종 공격한 배경에는 수급이 있다. 당시 영국 경제 상황을고려하면 고금리 무기로 내세운 영란은행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쿠팡에 투자하는 데 있어 두 사람이 경계하는 최대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주요주주들이 지분을 내놓는 경우일 것이다. 이는 수급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쿠팡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보유한 쿠팡 주식(클래스A 5700만주, 약 2조원) 일부를 매각했다.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가 쿠팡 주식을 사들인 시기가 3분기(7~9월)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도 이 소식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장 6개월 만에 일부(보유주식수의 9%)를 매도해 시장이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 이유로는 중국 규제가 꼽힌다. 비전펀드는 쿠팡 외에도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규제 여파로 투자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쿠팡 주식 매각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국내 기업 규제다. 빅테크 규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비전펀드 특성을 감안하면 유독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손정의 회장은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는 건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타겟이 되기 충분하다. 쿠팡 성장은 제외하더라도 그들에게 매수 명분이 생긴 셈이다. 참고로 소로스는 과거 중국에 우호적이었지만 시진핑 정부 이후에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재귀성이론으로 본 쿠팡

소로스 투자원칙은 ‘재귀성이론’에 기반한다. 재귀성이론의 핵심은 시장참여자들의 오판과 편견이 만들어낸 부분과 시장가치와의 괴리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단어인 ‘펀더멘탈과의 괴리’를 떠올리면 된다. 양자(퀀텀)의 균형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나아간다는 이론은 ‘퀀텀펀드’가 탄생된 배경이기도 하다.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을 매도한 이후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상승을 못할 뿐 추세적 하락은 멈춘 상황이다. 보통 대주주 지분 매각이 주가 부정적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방하는 모습이다. 악화된 3분기 실적도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2020-2021 쿠팡 매출액 구성(단위: 천달러) 출처: 딥서치

하지만 결국 쿠팡 주가가 상승해야 두 거물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쿠팡은 이커머스 고객을 기반으로 OTT, 배달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사업영역이 많아질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로 마케팅 비용 등이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쿠팡의 올해 3분기 누적 기타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5% 증가해 리테일 매출 증가율을 넘어섰다.

현실화된다면 쿠팡은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이는 자본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재귀성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적자’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성장성을 보여줬고 동시에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였다. 시장은 기꺼이 돈을 내줬다. 결국 테슬라 재정상태는 나아지고 이제는 수익성도 충족하게 됐다.

결국 테슬라는 눌러있던 펀더멘탈이 부각(괴리 축소)되기 시작했고 일론 머스크를 세계 최대 부호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가 쿠팡 투자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1998년 금융시장 최대 사건이었던 LTCM(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과 2000년 IT버블로 퀀텀펀드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 당시 퀀텀펀드 총괄담당이었던 드러켄 밀러는 퀀텀펀드를 떠나게 됐고 소로스와 직접적 인연도 끝나게 됐다.

소로스와 드러켄 밀러는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이후 30년만에 쿠팡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 20세기 극과극의 기록을 남긴 두 거물이 선택한 쿠팡은 그들의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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