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이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목적은 분명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합니다. ‘상장’을 한다는 것이죠. 모든 기업들에게 평생에 한 번 벌어지는 중요한 이벤트에요. 그렇다면 IPO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모두 알고 계실거에요. 바로 ‘세일즈 포인트’입니다. 주식을 사줄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세일즈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뚜렷하진 않지만 증권신고서와 사업구조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플랜트, 도시정비사업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게요. 자금 사용목적을 보면 공모가 밴드 하단(5만7900원)을 기준으로 9264억원을 조달하게 되고 이중 6948억원은 매출대금으로 제외돼요. 발행제비용을 차감하면 최종적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2275억원이에요. 조달한 금액은 시설투자(CO2 자원화)와 타법인증권 취득에 각각 1300억원, 975억원이 투입돼요.

전체 매출 중에서 25% 수준만 투자에 사용되는 격이죠. 아마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구주 매출 75%”를 확인하셨을 거에요. IPO 시 기업은 구주 혹은 신주를 발행하게 되는데요. 구주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뜻하고 신주는 말 그대로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에요. 따라서 구주매출은 기업에 자금이 귀속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75%에 해당되는 자금이 어디로 갈까요? 이 역시 다들 아실거에요. 현대엔지니어링 2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존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IPO는 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요. 사실 현대엔지니어링 재무구조를 보면 IPO가 굳이 필요하진 않아요. 경쟁사 대비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비율이 현저히 낮고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무려 2조원에 달하거든요.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통해 3000억~4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 확보된 자금은 그룹 지배구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데 쓰일 가능성이 높아요. 온전히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쓰인다면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1.5%포인트 가량 늘게 되면서 총 2%에 근접하게 돼요.

지분율이 미미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불발된 사건을 기억하시죠? 합병비율, 즉 기업가치가 문제가 됐는데 그 내막을 세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당시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법인은 모듈과 AS부문을 담당하는 알짜였어요. 정의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신설법인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제동을 걸었죠.

당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은 해외부문을 담당하기로 했는데요. 만약 현 시점에서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재추진된다면 어떨까요? 지금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매출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고려하면 신설법인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요. 또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수록 일정수준까지는 현대글로비스에 불리한 합병비율이 배정돼도 상쇄할 수 있을 거에요.

최근 기아가 현대캐피탈 지분 20%를 추가 확보했는데요. 그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지만 가장 가능성이 없는 지주사 전환은 완전히 물건너간 셈이에요. 정의선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든,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를 높여 합병을 하든 최종 목적지는 현대모비스가 되는 것은 더욱 분명해졌어요.

모든 시선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소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그만큼 현대엔지니어링 ‘세일즈 포인트’는 더욱 중요해질 거에요. 실제로 세일즈 포인트가 불분명했던 롯데렌탈은 상장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렸어요. 현대엔지니어링이 IPO 흥행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밀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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