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82조원에 인수했어요. 경영권 프리미엄 45%가 포함된 가격입니다. ‘세기의 빅딜’로 불릴만 하죠.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단연 ‘메타버스’에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인수 직후 게임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마이크로소프트 XBOX 게임패스를 즐겨보신 분이라면 이번 거래 핵심이 무엇인지 눈치채셨을 거에요. XBOX 게임패스를 더욱 키우기 위해 현재 MS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라는 점이죠.
XBOX 게임패스란 무엇인가
이번 ‘빅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XBOX 게임패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XBOX 게임패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게임 종합 플랫폼입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PC, XBOX 등 기기 상관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월정액제로 운영되는 구독서비스로 월 1만1900원(얼티밋 기준 인하된 가격)에 무제한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도 제공돼요.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요없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플레이 해 본 결과 인풋렉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작동됐어요. 우수한 기술력에 감탄만 했네요.
이쯤되면 XBOX 게임패스가 ‘게임계 넷플릭스’로 불릴만 하죠. 연간 약 14만원(쿠폰이나 할인 등을 활용하면 더 낮은 가격이 이용 가능)이 부담이라 할 수 있지만 요즘 출시되는 대작 게임들이 기본 6만원에 각종 DLC와 시즌패스 등을 합하면 10만원은 우스워요. 쉽게 말해 1년에 2개 정도 게임만 해도 XBOX 게임패스 이용자들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뭐가 문제일까
XBOX 게임패스는 정말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어요. 게임사와 계약에 따라 XBOX 게임패스에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고 서비스가 종료되기도 하는데요. 쉽게 말해 여러분이 서비스를 가입하고 게임을 즐기는 도중에 해당 게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에요.


서비스가 종료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사전 고지를 하고 할인된 가격(약 20%)에 구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이 특정일마다 대규모 세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XBOX 게임패스 내에서 살 이유가 없어지죠.
물론 다른 게임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XBOX 게임패스에 포함된 게임을 잘 보세요.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에 있는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게임들을 제외하고 ‘대작’이나 ‘명작’을 찾기가 어려워요. 조금 폄하하면 게임은 많은데 실질적으로 할 게임이 없다는 것이죠.

특히 유저 락인 성격이 강한 MMORPG 장르는 없어요. 실제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XBOX 게임패스에 합류했다가 지금은 없어졌죠. 요즘 MMORPG들이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고 부분유료화 전략을 쓰기 때문에 플랫폼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은 측면도 있는데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지난 2020년 MS는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했어요. 이 회사가 ‘엘더스크롤’, ‘폴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의 모회사에요. 지금 XBOX 게임패스에 해당 시리즈들이 전부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가장 인기가 높은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이 없고 MMORPG인 ‘엘더스크롤 온라인’도 서비스되지 않고 있어요. 현재 베데스다 게임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자랑하는 두 작품이 없다는 얘기에요.
XBOX 게임 패스 서비스 방향
게임사와 계약 성사 혹은 종료로 플랫폼 내 게임 구성이 변한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MS는 이전부터 많은 게임사들을 인수해왔는데요. 세계 최대 규모 기업이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덩치값을 못해 이를 만회하고자 노력한 거에요. 그래서 거대 자금을 쏟아부은 거고요.

야심차게 내놓은 XBOX 게임패스는 아직까지 유저들을 묶어놓을 유인책이 크지 않아 ‘이용자 메리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결국 MS가 게임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모든 게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XBOX 게임패스에 포함된 게임들은 인기가 떨어졌거나, 인지도가 낮거나, 인기는 있지만 유저들이 쉽사리 구매하지 않는 게임들이 많아요. 신규 대작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는데 짧은 기간 홍보성으로만 이용되고 사라지기도 해요.
XBOX 게임패스는 플랫폼인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임사와 공생이 아닌 경쟁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게임사를 인수했는데 유저들이 정말 기대하는 게임은 정작 포함되지 않아요. 여기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향후 게임패스 ‘과거 명작’과 ‘다수의 일반작’을 중심으로 한 동안 구성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액티비전블리자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콜오뷰듀티’ 등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들어봤을 법한 IP를 보유한 게임사에요. 그러나 이 게임들이 전부 XBOX 게임패스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없어요. 만약 정액제로 운영되는 ‘월드오브워크래트프’가 포함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어요.
MS 고민은 무엇일까

MS는 PC와 콘솔(XBOX)을 기반으로 게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XBOX 게임패스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굳이 XBOX를 살 이유가 없어지고 있죠. 콘솔 경쟁업체인 소니와 닌텐도가 폐쇄형이라고 한다면 MS는 개방형인 셈인데 PC 게임 시장은 경쟁이 더 심하죠. 특히 세계 1위 게임사라고 할 수 있는 텐센트(산하 라이엇 게임즈)가 PC 게임시장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앞세워 수년간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만약 여기서 XBOX 게임패스 이용자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MS 입장에선 끔찍하겠죠. 현재 XBOX 게임패스 가입자는 25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무료 쿠폰, ‘첫 달 1000원’ 등 프로모션을 고려하면 충성 이용자수는 현저히 적을 거에요. 따라서 MS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 유저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것이고 그 해결방안을 도출해냈을 거에요.
유저수를 더욱 늘리기 위해서는 신작들을 초기에 XBOX내 편입시켜 홍보효과를 누려야겠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비스가 종료되는 게임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 게임패스를 유지하게 만들고요. 인기는 여전하지만 출시 기간이 오래된 게임들을 추후 게임패스에 풀어 마지막까지 유저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고요.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두고 ‘메타버스 시대 개막’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등장하지만 그만큼 XBOX 게임패스가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지금 XBOX 게임패스를 보면 스팀에서 세일기간에 잔뜩 사두고 시간이 없어 하지 않는 게임타이틀만 보는 것 같아요. 이 느낌을 마이크로소프트도 받고 있지 않을까요?
앞에서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는데 XBOX 게임패스 내에서도 게임을 추가적으로 즐기기 위한 DLC는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알면 알수록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 같은 XBOX 게임패스가 참 아이러니하죠. 반면 게임패스를 통해 신작을 진득히 경험할 수 있고 본게임 및 DLC 구매 결정까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에요. 1년간 14만원을 나에게 맞는 게임을 찾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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