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블록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장마감 후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어요. 전년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역시 더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 수치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수준이었어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로블록스 주가는 26% 폭락하면서 투심 위축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은 크게 인프라 안정(1억3599만달러)과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감가상각비(1억5199만달러), 개발자수수료(1억5972만달러), 연구개발비(1억7357만달러) 등이에요.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연구개발비와 인프라 투자 등이 각각 3배, 2배가량 크게 늘었어요.
영업외손익은 당기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로블록스 실적 부진은 순수하게 영업활동을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작년 3분기 실적은 어땠을까요? 당시 ‘어닝서프라이즈’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는데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2% 늘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확대됐어요. 4분기에 매출 대비 비용(1.25배)이 3분기(1.15배) 대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스러운 정도는 아니에요.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3.5% 늘어날 정도로 여전히 폭발적이었으니까요.

다만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02% 확대된 것에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치일 수 있어요. 4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확대 폭도 3분기와 비교했을 때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늘었거든요. 그러나 작년 2분기와 비교해보면 4분기 적자 폭이 크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요.
그렇다면 작년 11월 주가 급등이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을 흐렸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슈로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평가되고 있는 로블록스 시장가치는 실적에 연동된다고 할 수 있고요. 매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히겠네요.
하지만 성장률은 점차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자금을 100만원에서 1000만원을 만드는 것보다 1000만원으로 1억원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원리와 같은데요. 성장률 문제를 제외하면 로블록스가 언제 흑자로 전환할지 여부가 중요할 거에요. 그것도 아니라면 적자폭이 줄어들지 여부겠죠.

결론부터 말하면 꽤나 오랜 시간 로블록스는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회사가 투자도 못하고 최악의 경우 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이를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로블록스의 현금흐름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요.

로블록스에 이용자가 25달러를 지불하고 소비성아이템(Consumable Virtual Item) 2달러, 내구성아이템(Durable Virtual Item) 명목으로 23달러를 소비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내구성아이템은 향후 23개월에 걸쳐 매달 1달러씩 매출로 인식해요. 즉 결제 첫 달에 총 3달러를 인식하고 그 다음달부터 22개월간 매월 1달러(22달러)를 인식해 분기별 매출을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로블록스는 여기서 ‘25달러’를 Booking으로 부르고 국내 증권사나 언론 등에서는 ‘결제액’이라고 지칭합니다. 회계방식 때문에 손익계산서에는 적자로 나타나지만 실제 Booking과 영업비용을 매칭해보면 흑자로 전환됩니다. 물론 이러한 규정은 미국 SEC 기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흑자’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회계방식에 대해서는 미국 SEC가 로블록스에 수정할 것을 한 차례 권고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내용을 보면 내구성아이템과 소비성아이템을 계정에 따라 다르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어요. 이전에는 모든 아이템 결제를 23개월에 걸쳐 매출로 집계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현 회계 기준은 이전보다 매출 반영 규모가 커졌다고 볼 수 있어요.
로블록스, 흑자전환까지 꽤 오랜 시간 걸릴지도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 내 화폐인 로벅스를 구매하고 멤버십에도 가입합니다. 이용자들 역시 로벅스를 구매해 각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공간에 로벅스(일부 유료 공간에만 해당)를 지불하거나 각종 아이템들을 구매해요.
플랫폼 내 활동이 많이질수록 실적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하지만 로블록스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제작 툴은 물론 서버 등도 제공합니다. 이는 참여자들이 늘어날수록 인프라 안정에 해당되는 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 됩니다.

이 말은 한 동안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인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금흐름과 매출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이용자수가 많아질수록 유입되는 현금흐름과 영업손실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회계 지표상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절세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고 있어요.
그러나 ‘적자’라는 인식 자체가 주가 상승을 방관하지는 않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몰입형 광고’, ‘실제 커머스 연동’ 등 로블록스가 언급한 부분들이 충족돼야 합니다.

‘몰입형 광고’, ‘실제 커머스 연동’은 최근 로블록스가 각종 브랜드와 콜라보하는 사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실거에요. 개인 이용자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들이 로블록스에 매력을 느끼고 입점을 해야 경제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죠.
어찌보면 당연한 전개라고 할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유튜브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아무리 크리에이터와 이용자가 많아도 기업 광고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과연 진입하기 매력적인 구간인가
기업가치는 정답이 없어요. PER, PBR, EV/EBITDA 등 각종 지표들도 시대에 따라 기준이 다르고요. 누가 더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접근하는지 여부가 관건이에요. 다만 자신만의 기준은 늘 필요한데요. 로블록스 가치를 평가하기 보다 로블록스가 매년 어느 정도 성장해야 현 가치가 합당한지 측정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로블록스 시가총액은 291억3000만달러입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인데 시총의 1%인 2억9130만달러로 가정해볼게요. 쉽게 말해 PER 100배라는 겁니다. 리스크프리미엄를 5%(미국채 10년물 금리에 2.5배로 임의 산정)로 산정하면 향후 10년간 로블록스는 매년 47.5%를 성장해야 현 시가총액이 적정가(잔존기간 제외)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면 기업가치는 현 수준에서 6.8%가량 낮아집니다. 한편, 리스크프리미엄이 6%이고 로블록스 성장률이 60%를 유지한다면 내재가치는 현재의 2배인 약 564억 달러가 됩니다.
이익이 낮은 만큼 금리상승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향후 10년간 연평균 60%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리스크프리미엄이 1%로 내려가도 연평균 약 42% 이상 성장률을 유지해야 현 가치를 지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요.
물론 이러한 수치는 어디까지나 가정이기 때문에 참고만 해야 합니다. 또 성장보다 높은 피어밸류가 적용될수도 있고요. 그만큼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야만 로블록스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만 항상 유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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