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뒤흔든 사건이 있었죠. 바로 루나·테라 폭락입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관련 수사를 맡게 됐는데요. 이 사건이 크게 주목을 받은 가장 이유는 다름 아닌 ‘규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일만에 60조원이 증발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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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많은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몰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근원을 찾아가보면 아마도 미국의 양적완화(QE)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어요. 이뿐만 아니라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QE를 실시합니다. 당시 QE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정책이었던 만큼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했어요. 여기서 ‘두려움’은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혹은 이보다 더 강력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이었어요.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커녕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엄습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는 2014년입니다. 같은해 9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불과 3개월만에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어요. 약 1년이 지난 2016년 초에는 20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부터는 QE 효과에 대한 의문이 본격 확대되기 시작했어요. 유가는 공급 증가(셰일에너지) 문제로 치더라도 그간 Fed가 시장에 풀은 자금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찾기는 불가능합니다. 돈은 돌고 돌기 때문이에요. 다만 여러가지 추론은 가능해요.
2008년 금융위기와 비트코인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다음달인 10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논문이 발표됩니다. 기존 신용에 기반한 화폐 경제에 전면 도전장을 내민 비트코인 출범을 알리는 것이었죠.

한편, 금융위기 충격이 여전히 시장을 맴돌던 2011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합니다. 월가의 탐욕이 만들어 낸 재앙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인데요. 이 소식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가게 됐고 시위 규모는 더욱 확대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비트코인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마치 월가 시위를 지지하는 것처럼요. 이듬해인 2012년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소가 은행업 허가를 받았고 이후 그 인지도는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2016년 초 국제유가가 저점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던 무렵 비트코인 가격은 급속도로 오르기 시작해요. 유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고요.
하지만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엄습하고 있었어요. 비트코인과 유가는 동반 하락세를 걷기 시작합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경제 위기에 준하는 충격이 발생했어요. 그런데 이때부터 비트코인과 유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은 작년 말 무려 3000조원 규모로 확대돼요.
혹시 금융위기 이후 Fed가 시장에 푼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무려 9조 달러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 돈 1경원이 넘는 수준이죠. 가상화폐 시장이 무려 30%를 차지한 겁니다. 그럼 여기서 정리를 해볼게요. 만약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고 가정하면 지금부터 하는 얘기가 조금은 납득이 될거에요.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을 흡수했다면
Fed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푸는 과정에서 늘 나온 얘기가 있었어요. 바로 ‘유동성 함정’입니다. 유동성 함정이란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뜻하는 경제 용어에요. 심지어 중앙은행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러한 상황 전개에 대해 Fed도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어요. 한편,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일 무렵 ‘비대면’을 앞세워 관련 기업들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중 게임사들이 단연 돋보였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와 연계된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게임사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됩니다. 지난해 말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섹터를 꼽으라면 게임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가상화폐 시장 하락은 아직 실물 시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증시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본격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어요. 만약 가상화폐 시장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가상화폐 매수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이 부채라면 파산 신고가 난무할 수도 있고요.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최악의 순간에는 2008년 금융위기 못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파월, 당신 실수한거야”…美연준 ‘인플레 대응’ 비판한 버냉키
최근 버냉키 전 Fed 의장이 현재 Fed 정책에 대해 ‘실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이 실기 원인이 가상화폐에 있다면, 즉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을 흡수했다면 Fed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혼선을 줬을 수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인플레이션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기 시작했고요.
가뜩이나 중앙은행은 그 성격상 가상화폐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데 정책 결정에 방해가 됐다면 어떻게든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에요. 그렇다면 가상화폐 시장이 극적인 반등을 보이긴 어렵겠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상화폐 충격이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Fed가 기준금리 인상이나 자산규모 축소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요. 이 때 가상화폐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흡수하면 Fed는 가상화폐 존재를 인정해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요.
과거를 보면 위기는 늘 다른 형태로 발발했어요. 지금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1, 2차 세계대전과 오일쇼크를 경험하면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전혀 새로운 존재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요. ‘경험’이 없는 부분에서 우리가 가진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에 현재 가상화폐 시장 불안이 가장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역사는 ‘다른’ 형태로 반복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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