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엘앤에프가 지난 24일 장마감 직후 100만주 규모 자사주 매각을 공시했습니다. 주당 가격은 27만6600원, 처분예정금액은 2766억원으로 이 자금은 해외투자와 시설 및 운영에 쓸 계획이에요.

자사주 내다판 엘앤에프…”악재” vs “호재” 설왕설래
엘앤에프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최근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만큼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테슬라 수혜주로 꼽히는 것은 물론 2차전지 양극재 소재 부문 국내 최강자입니다. 배터리 소재 시장은 호황이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요. 관련 기업들은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일진머티리얼즈처럼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현재 엘앤에프 자사주 매각을 두고 호재와 악재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데요. 호재를 주장하는 쪽은 증설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우호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고 악재를 주장하는 쪽은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우선 자사주 얘기부터 해볼게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면 호재라고 합니다. 그러나 매입과 소각은 그 의미가 전혀 달라요. 자사주에는 배당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시 여타 주주들에게 배당 규모가 확대되고 유동주식수가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이에요. 그러나 자사주 매입으로 배당률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 이상 주당 가치에 큰 변화를 주긴 어렵습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주당가치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얼마나 경상적으로 이뤄지는지, 즉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경영’이라는 큰 틀에 포함시키고 있는지 여부에요. 대표적으로 애플, 구글과 같은 미국 주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또 소각하고 있죠. 이들 기업 가치가 시장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애플은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했을 때,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주기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이 말은 엘앤에프의 자사주 매입, 소각 그리고 매각 그 자체도 기업가치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없다는 뜻이에요. 물론 유동 물량이 늘어나는 자체가 악재가 될 수 있는데요. 엘앤에프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배당도 줄고 있어요. 이전과 비교하면 자사주 매각이 여타 주주들의 배당 축소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얘기에요.
따라서 자사주 매각 이슈를 통해 호재와 악재로 의견이 나뉘는 자체가 큰 의미는 없어보요. 다만 자금조달 측면에서 보면 엘앤에프에 호재에요. 기업은 자신이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됩니다. 엘앤에프는 신용등급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자사주 매각 규모와 비교)하면 연 이자비용만 최소 100억원(A-등급 4.5% 적용. BBB+ 적용 시 최소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여요. 작년 영업이익(443억원) 대비 무려 20%가 넘죠.
한편, 자사주 매각 주체가 유리한 조건이라면 인수자가 불리할 수 있는데요. 자사주 매각 대상은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브룩데일 외 2명이에요. 브룩데일은 성장이 유망한 기업의 자사주를 매입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량으로 해당 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기업 투자의지를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브룩데일은 국내 많은 기업들의 자사주를 매입해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어요. 물론 그렇지 못한 기업도 있고요. 전부 성공할 순 없잖아요.
결론을 지으면 엘앤에프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그리고 매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남은 자사주를 추가 자금조달에 사용할지, 그것을 누가 받아갈지가 더 중요해 보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자금조달을 통한 투자가 향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핵심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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