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주제로 한 영화 ‘빅쇼트’를 보셨나요? 주인공 중 한 명이자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역할의 실존 인물이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입니다. 금융위기 발발을 예측하고 대규모 ‘숏'(공매도)을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사람이죠.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법이에요.

버리는 2021년 1분기에는 테슬라, 올해 1분기에는 애플에 각각 공매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결과로만 보면 테슬라는 실패했고, 애플은 성공 ‘진행형’입니다. 아직까지 애플에 대한 공매도를 회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네요.

그렇다면 버리는 어떤 지표를 보고 테슬라와 애플을 매도했을까요? 대표적으로 ‘워런버핏 지표’라 불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았을 수 있어요. ‘버핏 지표’는 120%가 넘으면 과열단계로 판단합니다. 2021년 1분기와 올해 1분기 버핏 지표는 각각 180%대를 기록했으니 충분히 참고할만한 지표에요.

하지만 버핏 지표를 기준으로 공매도를 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주가는 전적으로 수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120% 이상은 과열’이라는 정의를 해놨지만 실질적으로 주가 하락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것이죠.
물론 작년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금리 인상+버핏 지표’를 통해 애플에 대한 공매도 결정을 내렸을 수 있어요. 그러나 테슬라 사례를 보면 이 기준은 일관성이 없죠.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매도를 이행하는 주체 또한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 핵심은 기간인데요. 공매도 주체는 주식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갖고 투자하는 사람들처럼 영원히 같은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워요. 즉, 타이밍을 노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그렇다면 마이클 버리는 당연히 수급을 기준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매수 주체들의 가장 취약한 점을 노린다면 바로 ‘신용’일겁니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신용융자잔고'(margin debt)에요. 신용융자잔고란 광의의 주식담보대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수자가 신용으로 주식을 샀다면 빌리 돈을 언젠가 상환해야 합니다.

위 표는 미국 주식시장 Margin Debt(이하 MD) 규모 추이입니다. 지난해 9월 MD는 9360억 달러(약 1217조원)에서 올해 5월 7500억 달러(약 975조원)으로 축소됐어요. 최근에는 6500억 달러(약 845조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약 9개월 동안 2860억 달러(약 372조원)이 청산된 셈이에요.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돈 4경원 규모였어요. 신용 청산 물량은 약 1%에 해당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과거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MD가 줄어든 규모가 1~2% 수준이에요. 실질적으로는 엄청난 충격인 것이죠.
그 배경에는 신용융자 담보가 있어요. 주식담보대출은 증권사와 같은 대출 주체와 투자자가 약속한 일정 자산규모 이하로 하락할 경우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조건이 붙어요. 만약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반대매매(강제 청산 개념)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현 자산 대비 70%를 기준 담보로 하면 그 이하로 자산가치 하락시 최악의 경우 신용과 엮인 물량들이 모두 쏟아지게 돼요.
따라서 위 사례로 보면 ‘1% 청산'(약 400조원)이 아닌 단순 계산으로 약 1300조원에 달하는 충격이 시장에 가해진 셈이에요. 이는 미국 GDP 대비 4%가 넘는 수치에요. Fed가 매달 300억 달러(약 39조원)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한 것과 비교해도 상당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한 주가 반등, 미국 주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플레이션 해소 가능성 등을 전해드렸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안과 신용물량 청산 시기와 맞물리고 있어요. 지금 마이클 버리는 애플 공매도 포지션 청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더 거대한 규모로 현 포지션을 유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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