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디스커버리그룹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가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SK케미칼 지분 5.22%(약 1000억원)를 매입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연결 자회사(종속회사) 편입 추진을 통한 경영성과 개선,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하네요.
현재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지분 34.83%를 보유하고 있어요. 추가 지분 매입 후에는 40%를 넘어서게 돼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지분 50%가 되지 않는데 SK케미칼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했으니까요.
현행 법으로는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아도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편입이 가능해요. SK디스커버리는 추가 지분을 매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SK케미칼을 종속회사로 둘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연결 자회사 편입 목적’에 의미를 둬야 하는지는 의문이에요.
오히려 시선이 쏠리는 곳은 주주가치 제고인데요. 올해 초 SK케미칼은 안다자산운용(SK케미칼 지분 보유)으로부터 현물배당 확대 요구를 받았어요. 재원은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 매각(약 10%)을 통한 대금이고요.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로부터 물적분할됐고 지난해 상장했어요. 증시 하락 여파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SK케미칼 주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 물적분할을 시작으로 상장 이후에도 줄곧 하락했습니다. 안다자산운용은 SK바이오사이언스 물적분할로 SK케미칼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거에요.
언뜻 보면 SK디스커버리가 안다자산운용 등 주주 가치 제고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배당 관련 의결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집니다. 안다자산운용을 비롯한 여타 주주들이 합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증액에 표를 던질 수도 있겠죠.
사실 35%에 달하는 SK디스커버리의 SK케미칼 지분이 적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안다자산운용과 여타 소액주주들이 합심해 50% 이상 의결권을 행사(가능성은 낮음)할 수도 있고요. 이전에도 안다자산운용을 중심으로 SK케미칼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SK케미칼이 방어적 스탠스(집중투표제 관련)를 취하기도 했으니 SK디스커버리 입장에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겠죠.
더 큰 문제는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 지배력이 약화되는 순간이에요. 참고로 SK디스커버리그룹은 ‘SK’ 간판만 달고 있을 뿐 SK그룹과 지분 관계가 전혀 없어요. 그룹 전반 신용도를 좌지우지 하는 계열사는 SK가스였고요. 그런데 SK바이오사언스가 상장하고 SK케미칼 신용도가 오르면서 SK디스커버리도 덩달아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습니다.
그룹 전반 자금조달력을 고려하면 SK디스커버리 입장에선 SK케미칼에 대한 지배력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죠. 물론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지분율을 50% 이상 끌어올려 철통 방어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지속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면 그 자체로 평판 문제가 생기니 기업 이미지에도 좋지 않아요.
현재 SK케미칼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시가총액은 8조3000억원이에요.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를 갖고 있으니 지분가치만 5조6000억원 수준이에요. 누가 봐도 행동주의 펀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SK케미칼에 대해 SK디스커버리는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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