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제 관련 뉴스를 보면 환율에 대한 기사가 부쩍 눈에 띕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한편, 최근 증시 동향을 보면 하락에 대한 공포심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에요.

실제로 딥서치를 통해 ‘증시 하락’과 ‘원달러 환율’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증시 하락’ 키워드가 포함된 뉴스 기사량은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말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쯤 되면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을 선택할 것인지,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할 것인지요. 보통 원달러 환율과 주식시장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원화 베이스 투자자들은 일정 부분 달러를 확보해두면 헷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현 시장의 추세적 흐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달러를 매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예측’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될 확률은 낮아요. 보통 예측은 현 시점인 A에서 미래 특정 시점인 B를 예상하는 것인데요. 예측 정확도 100%는 A에서 B로 가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변수와 그 영향력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돼요. 이는 불가능한 얘기인 만큼 설령 예측이 맞더라도 그것은 ‘운'(運)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에요.
“지금 달러를 사야(팔아야)한다”, “주식 저점 매수(매도) 기회다” 등 이런 말들은 예측 영역이에요. 예측 자체를 무시할 수 없지만 투자는 영속성(永續性)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측이 틀릴 가능성에 미리 대응을 준비해야 해요.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에요. 특히 국내 수출, 수입 기업들은 모두 환율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통화 선도계약이나 선물계약 등을 통해 외환 변동 리스크를 축소합니다. 물론 100% 헷징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리스크 축소에 의의를 둘 수 있어요.
기업에 투자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하는 기업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기업이 영업외 리스크를 잘 통제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는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 대비 얼마를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에요.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각종 금융비용, 자산평가손익(외환 포함), 법인세 등 영업외손익을 가감해 결정돼요. 따라서 매년 영업이익 대비 당기순이익 비율이 일정할수록 안정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상장 기업(총 2294개)을 대상으로 영업이익 대비 당기순이익 추이를 살펴봤어요. 기간을 늘릴수록 데이터는 정교해질 수 있지만 최근 산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최소한도로 축소했어요.
이 기간 동안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대비 당기순이익 평균은 0.95, 표준편차는 3.66이었어요. 그런데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수치의 평균은 4.71로 도출됐어요. 이 말은 국내상장사 상당수는 영업외 손익 리스크 관리가 취약하다는 뜻이고 일부 소수 기업만 극한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에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대비 당기순이익 평균이 0.76, 표준편차는 0.02이에요.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수치는 40.2로 전체 평균(4.71)에 무려 10배 수준에 달합니다.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내 기업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SDI, 기아, 셀트리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KB금융, 신한지주, 삼성생명 등이 평균을 상회했고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네이버, 카카오,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 SK, LG전자, 포스코케미칼 등이 평균을 하회했어요.
여기서 보면 그룹별 전반적 특징도 알 수 있어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영업외 리스크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SK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의외로 영업외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잘 관리되는 기업은 LG생활건강인데요. 영업이익 대비 당기순이익 평균을 표준편차로 나눈 수치는 무려 415.76으로 나타났어요. 올해 들어 주가가 상당히 부진하지만 과거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면서도 이 정도로 리스크 관리가 철저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입니다.
이 글에서 얘기하는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기업’이 반드시 기업가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업 가치 결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수많은 참고사항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다만 수출주, 내수주, 외환투자 등 ‘틀릴 확률이 높은’ 전망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업 본질 확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투자자 자신이 직접 환헷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잘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시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예측이 맞으면 일약 스타로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말을 바꾸는 경우도 많고 그 예측이 지속적으로 유효하거나 그 인기를 유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대외 환경은 계속 변화하는데 정작 예측하는데 필요한 변수나 로직은 바뀌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 금리, 환율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주 진부한’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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