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했습니다. 이날 지수를 끌어 내린 요인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요.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예측’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시장 노이즈를 발생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
8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어요. 지난 6월 9.1%, 7월 8.5%에 비하면 2개월 연속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8.1%를 상회하면서 시장이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 거에요. 그만큼 시장이 현 상황을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볼 수 있어요. 혹은 ‘희망’에 불과한 예측일 수도 있고요.
미국 CPI 지수 추이를 보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로 보게 되면 더욱 뚜렷해집니다. 특히 전기 대비로 보면 1970년대를 연상케 하죠.
1970년대 미국은 금본위제도 폐지(닉슨 쇼크)와 오일 쇼크로 미국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을 경험합니다. 1979년 폴 볼커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해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려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1981년까지 경기 불황, 구조조정 및 실업률 증가 등 미국 경제는 타격을 입은 반면, 달러 가치는 상승했어요. 이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물가가 잡히면서 경제가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국 무역적자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후 달러 가치를 낮추기 위한 조치인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1985년)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플라자합의 이후 무역수지 적자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는 기축통화 달러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트리핀 딜레마’ 때문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행량이 많아야 하는 만큼 무역수지 적자(미국 내 달러 유출)가 불가피해요. 반면 달러 발행량을 축소하면 달러 가치는 오르겠지만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수 있고요.
트리핀 딜레마 때문에 달러는 영원한 강세도, 영원한 약세도 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소 다른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자국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론상 수입이 줄어들 테니까요. 반면, 여타국들은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려야 하니 달러 수요는 증가하거나 유지될 거에요. 미국 입장에서는 강달러에 이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겠죠.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지만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때,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여타국들이 이전과 같은 경제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낫겠지만 전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일시적 → 공급망 충격 → 장기화’로 인식이 점차 바뀐 기간이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아요. 현재 광범위한 분야에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요. 정작 CPI의 근본적 변화 여부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전무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를 전망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유에요.
현재는 경제를 둘러싼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예측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치에 의존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워런 버핏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이 얘기한 ‘미스터 마켓’처럼 시장은 조울증 환자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딥서치 앱 설치로 딥서치 인사이트는 물론 각종 기업정보, 뉴스, 공시, 특허, 증권사리포트 등을 한 번에 확인하세요. 원하는 주제를 직접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딥서치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