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미국 최대 개인거래(C2C) 리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를 16억달러(약 2조3441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이버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79% 하락한 17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통상적으로 인수합병(M&A) 이슈가 발생하면 인수자 주가는 하락하고 인수대상 주가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시장 반응은 다소 특이한 점이 보입니다.
지난 9월 30일 네이버 시가총액은 31조74000억원이었고 오늘(10월 4일 종가 기준)은 28조9500억원입니다. 2조8000억원 가량이 사라졌어요. 포시마크 인수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시총이 하락한 것이죠. 이날 국내증시가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실질 하락폭은 더 컸다고 볼 수 있어요.
올해 반기 기준 네이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9000억원입니다. 현금을 전액 인수에 사용하진 않겠지만 자금조달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포시마크가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인수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졌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앞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2021년 당기순손실) 인수와 비교해보면 주가 움직임 등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물론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인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금부담은 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이날 시장 분위기와 완전히 정반대였습니다.
주가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꼽으라면 씨티증권 보고서(목표주가 하향조정)에요.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비 고평가 돼 있고 광고 및 패션 부문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포시마크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패션 상품 거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에요.
사실 고평가, 저평가 여부는 미래에 가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깊게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광고 및 패션, 넓게는 이커머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공통 관심사는 다름 아닌 광고입니다. 애플, 구글은 말할 것도 없고 넷플릭스까지 광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요. 저마다 강점을 앞세워 수익성을 극대화 하려는 전략인데요. 참고로 광고는 원가율이 30% 수준에 불과해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습니다.
광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네이버가 포시마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C2C 플랫폼(ex: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에서 패션에 집중된 것이 포시마크인데요. 패션 부문은 리셀(resell) 열풍과 ESG(재활용) 등에 힘입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이커머스 전반 경쟁강도는 이전부터 높았고 현재도, 앞으로도 지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한편, 네이버 측에서는 포시마크의 커뮤니티를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자체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니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콘텐츠와 커뮤니티 결합으로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이에요. 커뮤니티 사업 1세대를 블로그, 카페라고 한다면 2세대는 밴드입니다. 3세대는 제페토(메타버스)와 왓패드가 꼽히고 이들은 포시마크와 ‘MZ세대’로 묶입니다.
그렇다면 3세대 커뮤니티(제페코, 왓패드, 포시마크 등)는 언제쯤 ‘안전한’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하지만 다소 오래 걸릴 수 있다는데 큰 이견은 없을 겁니다. 현재보단 미래 소비 주체를 잡았기 때문이에요.
네이버 수익구조는 서치플랫폼(광고),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입니다. 이중 서치플랫폼과 커머스가 70%를 차지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3세대 커뮤니티가 광고와 커머스 분야에서 단기내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콘텐츠 수익이 1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 좋지만 콘텐츠 경쟁강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3세대 커뮤니티가 1, 2세대 커뮤니티 파급력을 이어가야 하는데 중간 공백이 너무 큰 느낌이에요. 매출액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각종 경쟁에 휩싸이면서 비용부담이 늘어난다면 이익은 줄어들기 마련이죠. 이날 카카오 주가도 전거래일 대비 2.1% 하락했는데요. 카카오 또한 광고와 커머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사업 부문에 대해 시장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분명해 보여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네이버는 이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시장이 항상 히스테릭한 반응만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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