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중장기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에서 떠도는 ARM 공동 인수 혹은 지분 투자에 대한 논의는 없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구체적 내용은 당사자들만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ARM을 그 어떤 기업도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거에요. 과거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나섰지만 독과점 규제로 무산됐어요. ARM이 반도체 칩설계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민감한 고객사 정보도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가 품기도 쉽지 않습니다.
손정의 회장 입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자금난을 돌파하기 위해 ARM을 매각 테이블에 올려놨어요. 반드시 팔아야 하는자와 인수자들간 눈치싸움에 점접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을까요? 누군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수 없다면 결국 지분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실제로 ARM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요. 매각 협상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IPO가 뜬금없다고 볼 수 있지만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자금회수가 최우선이기 때문이에요. 또 ARM 사업 특성상 지분이 분산돼야 탈도 없고요. 물론 주주들이 많으면 ‘혁신’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나 반도체 설계특허가 개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양한 주주들이 포진해 있어도 경쟁을 위해 지속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설계특허 개방추세를 고려하면 80조~100조원에 달하는 ARM 기업가치(PSR 20~25배)는 상당히 비싼편에 속해요. 하지만 이 밸류를 유지하는 방법 또한 다수 주체가 주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수 주체’는 대부분 ARM 고객사를 뜻합니다. 이들이 ARM 주주라면 특정 주체에 매각 시 가장 우려되는 ‘고객사 물량 이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사실 손정의 회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미래를 보는 안목보다는 인수와 매각을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쿠팡 사례인데요. 지난 2016년 2월 손정의 회장은 쿠팡 실적을 극찬했습니다. 쿠팡 리테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30% 증가했다고 언급했어요. 당시 쿠팡 매출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직매입이었습니다. 직매입은 수수료매출 대비 5~10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요. 손정의 회장이 회계를 모르지 않는 이상 이러한 발언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몇 년 후 쿠팡은 상장에 성공했고요.
그만큼 손정의 회장 발언이나 행보 뒤에 다른 의미와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ARM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를 모르지도 않을 테고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정리해보면 손정의 회장은 ARM IPO를 중점에 두고 ‘협력’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인수후보들을 만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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