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하루 동안 채권 시장은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 2050억원) 부도 때문인데요. 해당 ABCP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보유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아이원제일차(유동화 SPC)가 발행했습니다. 보증 주체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인데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에 나서면서 보증이 사라진 것이죠. 당연히 만기는 연장되지 않았고 사장 전반에 혼란을 가져왔어요.
일각에서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어요. “2050억원으로 시장이 흔들린다?”라고요. 2050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하면 빙산에 일각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자본 시장 핵심이고 수많은 주체들이 연결돼 있어요. 또 ‘신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예상되는 파급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했기 때문에 여타 지자체가 보증하는 프로젝트파이낸스(PF) 전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일차적일 뿐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에 대한 불신이 생기게 돼요. 지방채는 국고채와 더불어 한 나라에서 ‘신용’이 가장 강한 채권 중 하나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이번 상황은 ‘지방채 신용 기준’이 사라진 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회사채를 비롯한 여타 채권 시장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동성 문제에요. 보통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대부분 보유 목적이 아닌 팔아야 하는 대상이에요. 지자체가 보증하는 ABCP가 부도가 난 상황에서 누가 섣불리 CP나 채권에 접근할까요? 통상 초단기로 돌리는 채권들의 거래가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단기물 거래가 마비되면 장기물은 불보듯 뻔한 상황으로 전개되겠죠.
거래가 되지 않는 경우는 수요자가 없거나 매도자가 없는 경우인데요. 현 상황은 수요자가 없는 상태고 이는 금리 상승을 뜻합니다. 이날 CP 금리가 크게 오른 것도 이러한 배경이 존재해요. 그렇다고 해서 증권사들이 당장 부도가 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강원도 지차체 결정은 안일한 판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회생신청이 불러올 파급효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부랴부랴 레고랜드 ABCP 상환재원 마련을 위한 예산 편성안을 상정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뒤늦게라도 심각성을 깨달아서 다행입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고 상환 의무가 있기 때문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효과가 발생해요. 많은 분들이 주식 시장에 몰두하시는데 채권 시장 생리를 모르면 주식시장은 더욱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채권 및 채권 시장 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에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왜 금융위기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시장 전반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사전에 작은 신호라도 감지할 수 있는 곳이 채권 시장입니다. 채권 관련 데이터가 상당히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관련 자료들을 서로 연결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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