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채권 시장 전체를 냉각 시키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불안한 가운데 트리거(trigger)가 된 셈인데요. 정부와 금융당국이 5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시장 안정에 나설 정도로 긴박한 상황입니다.
강원도가 다시 지급보증을 결정했으니 사태가 바로 수습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신용’이 무너졌어요. 신용을 다시 쌓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최근 트리플A(A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어요. 사실상 국채 수준으로 평가되는 AAA급 채권 발행이 불발됐다는 것은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에 실패하면 어떤 시도를 할까요? 이미 오른 전기료를 또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는 문제에요. 전기료만 오른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전 국민이 조금씩 나눠서 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죠. 가뜩이나 물가 때문에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겁니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껴 쓰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 상황은 다릅니다. 우선 올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기업은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투자자는 더 높은 수준의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정작 문제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매년 혹은 일정 기간을 두고 꾸준히 발행한다는 겁니다. 기존 발행된 회사채를 상환할 때,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서 차환하는 형태에요. 따라서 회사채 발행이 불발되면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상환해야 합니다. 보통 기업의 상환 능력을 측정할 때 이자보상배율을 많이 따지는데요. 채무상환까지 더해지면 이자를 갚을 능력이 충분해도 갑자기 부도가 날 수 있어요.
우량기업(신용등급 AA 이상)들은 그래도 버틸만 합니다. 그렇지만 회사채 발행 여건이 녹록치 않으면 각종 투자를 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대표적 예로 현대차와 기아를 들어 볼게요.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 세타 GDI 엔진에 충당금 설정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조3600억원, 1조5400억원 규모 품질비용을 반영할 예정이에요.
품질비용 이슈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합니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차(AA+), 기아(AA0) 회사채 규모는 각각 3900억원, 4800억원이에요. 현 상태가 지속되면 두 회사는 연간 2조원 가량의 성장을 위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그나마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들이니 이 정도 수준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이죠.
비우량 신용등급(A급 이하)을 보유한 기업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A급 이하에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지금 당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정부와 관련 당국밖에 없어요. 시장이 놀랄 정도로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채권 시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만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이 사태가 안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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