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9%, 60.3% 감소한 수치입니다. 시장 예상치도 크게 하회하면서 시장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을 발표했기 때문에 예상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사업분야가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실적과 함께 투자 축소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전방 산업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고자산이 과도하게 쌓여 있기 때문인데요. 올해 2분기말 기준 SK하이닉스 재고자산은 11조9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매출 대비 27%,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24%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지 여부는 과거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까지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 비중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2년으로 약 15%에 달합니다. 이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현재 재고자산이 얼마나 과도한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 비중이 가장 낮았을 때는 8~9% 수준이고 보통 10%를 전후로 움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과도한 투자를 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도 지난해 투자규모가 유독 눈에 띄고요. 반도체는 업황 사이클에 민감하기 때문에 투자 계획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번 대규모 투자 축소 발표는 SK하이닉스가 투자 계획을 잘못 세웠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상황이 돼 버렸네요.
축소를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요즘 채권 시장이 흉흉한 것은 다들 아실텐데요. 공사채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사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기는 더 힘듭니다. 내년 상환해야 하는 채권 물량은 역대급으로 많은 수준이기도 하고요. 2024년 상환 물량도 내년 못지 않은 수준입니다.
반도체 재고는 늘고, 수요는 부족하고, 빌린 돈은 갚아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인데요.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늘어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이 약 10% 전후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매출액이 2배 넘게 증가해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꾸준하고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무리는 없겠지만 수요예측과 투자가 크게 미스매치 됐다는 점은 아쉽네요. 사실 기업은 자금조달과 투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사안이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체 리서치 능력이 충족돼야 하는 측면도 있고 최종 판단에 있어서 신중한 결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지금 당장 SK하이닉스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조달과 투자에서 큰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SK하이닉스 모든 전략을 원점에 세워두고 고민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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