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보험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 상환 콜옵션 미행사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DB생명보험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시장 이목이 더욱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언론들이 많이 다뤘기 떄문에 추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잇따른 영구채 조기 상환 콜옵션 미행사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고 신용도를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발생한 문제와 중소형 보험사 콜옵션 관련 이슈는 분명히 스케일이 다릅니다. 보험사 콜옵션 문제는 여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특정 기업에 국한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요한 것은 흥국생명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동안 어떤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최종 결정에 따른 파장에 대해서 고민했는지 여부입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들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계약 조항에 따른 것이고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조달 금리를 아낄 수 있는 선택입니다. 다만 ‘관행’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크게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들이 그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대응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영구채는 통상 기업 신용등급 대비 2노치(notch) 하향 조정돼 발행됩니다. 흥국생명과 DB생명보험 신용등급은 각각 AA-로 같습니다. 따라서 이들 보험사가 발행한 영구채는 A0 등급에 속합니다. 국내 시장에서 AA급 이상은 우량등급, A급 이하는 비우량등급으로 취급되는데 두 신용등급 그룹에서 가장 가깝게 맞붙어 있는 AA-급과 A+급은 조금 과장을 보태면 극과 극의 대우를 받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즉, 금리 상승기에 전반적으로 채권 발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A+ 이하 등급은 타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 금리가 줄 곧 하락세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 상승은 가히 ‘블랙스완’ 수준입니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고려해 자금조달 계획을 짜야 하고 이에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돼 있었어야 합니다.
흥국생명에 대한 첫 번째 궁금증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실상 5년 만기 ‘비우량 채권’ 발행에 따른 대비책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단순히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을 충족하기 위해 타이트하게 자금을 조달했다면 흥국생명에 대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두 번째 궁금증은 이번 결정에 대한 파장을 예측하고 있었는지 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관행’이라는 것을 그 어떤 주체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금융사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시장 출렁임은 불가피하지만 그 파장이 제한된 영역에서 그친다고 생각해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는 뜻입니다.
이 두 가지 궁금증에 대해 흥국생명이 부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향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자 한다면 올해 내정된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가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지낸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자금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번 결정을 과감히 승인할 수 있었다는 일종의 ‘희망회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여타 보험사(대형사 위주)들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중소형 보험사 콜옵션 미행사 이슈가 시장 전반을 흔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흥국생명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대형 보험사나 은행 등이 정상적으로 조기 상환을 한다면 흥국생명도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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