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이마트의 요청으로 신용등급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 신용등급은 BBB-, 등급전망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투기등급인 BB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는데요. 현재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투기등급 강등을 앞두고 있는 기업이 자금조달에 성공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한편, 앞서 무디스가 이마트 신용등급을 철회한 만큼 S&P 신용등급 철회 자체는 큰 이슈는 아닙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마트 측은 국내 신용등급으로 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에요. 특히 신용등급 유지에 따른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이마트는 ‘AA0, 안정적’을 부여 받고 있어요. AA0급은 현재 평균 5.5% 금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 BBB-는 조달 금리가 7%를 넘으니 실익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 10%(하이일드 금리)로 치솟기 때문에 국내 조달이 유리하죠.
그런데 ‘국내 조달이 가능하다’는 발언이 채권 시장을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자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려면 공모 수요예측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지금 공모 시장은 AA+급이 금리를 올려도 수요가 부진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량기업 대부분이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는 기업어음(CP)이나 사모 채권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마트도 과거 여러 차례 사모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공모 대비 현저히 작기 때문에 특별히 기대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 시도를 하고 있지만 부동산 최대 약점이 환금성이라는 점에서 낙관론을 펼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요. 더군다나 위태한 신용등급이 ‘적자 전환’으로부터 기인했기 때문에 ‘풍부한 현금흐름’을 내세우기도 어렵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이자비용만 2000억원이 넘었어요.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비용은 전년동기대비 약 50%정도 늘었습니다. 이 추세대로 가게 되면 이자 압박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내년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3300억원 규모인데요. 지난 2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8000억원이지만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안심하긴 어려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또 다른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생명 지분이에요. 지분율 5.88%로 가치는 약 8000억원에 달합니다. 예전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자금 부담 탓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 얘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채권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한 환경이었고 설령 ‘무리한 인수’라는 부정적 여론이 존재해도 금리를 소폭 올려 발행하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굳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필요는 없었습니.
현재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생명법’은 언제든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마트는 대내외 변화와 자금조달에 대한 고민이 맞물리는 만큼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자금조달 루트가 다양했지만 지금은 선택 폭이 너무나 좁아진 탓이에요. 삼성생명 지분은 환금성도 높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만큼 최후의 보루이면서도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자금조달 루트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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