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사우디 정부, 기업, 기관 등과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빈 살만은 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 참석 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고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언론사는 여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일본이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원유 감산 정책을 의제로 올려 논의하자는 것에 대한 거부 의사라는 겁니다. 통상 외교라는 것은 주고 받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우디는 일본으로부터 감산에 따른 어떠한 이득도 취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만으로 사우디가 방일 일정을 취소했다는 것은 여전히 석연치 않습니다. 현재 각종 SNS에서는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합리적 추론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엑스포 2030’입니다. 엑스포 2030은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유치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3파전이었지만 전쟁으로 불안한 유럽 정세로 인해 한국과 사우디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 방문도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일정을 변경하면서 이번 교류가 성사된 것인데요. 이러한 변심에도 엑스포 유치가 연관돼 있다는 의견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이 엑스포 유치를 사우디에 양보하는 대신 사우디 비전 2030(네옴시티 등 포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거래가 성사되면서 일본 방문이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이러한 거래에 응하지 않는다면 일본에 관련 프로젝트를 몰아주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 얘기들이 ‘팩트’로 밝혀진 것은 아니고 일부 억지도 있습니다.
한편, 현재 빈 살만이 방문하는 나라 중 눈에 띄는 곳은 태국과 카타르입니다. 이 두 나라는 사우디와 오랜 기간 교류가 끊긴 상태입니다. 사우디가 원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요. 그 중심에는 ‘오일머니’가 있기 때문에 ‘감산 논쟁’ 자체에 대해 당연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사우디 투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빈 살만 교류가 끊긴 국가들을 방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과정은 ‘교류와 협력’을 전면에 내걸고 우호국을 늘려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사우디가 다른 나라에 투자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 시 투자 유치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죠. 아마도 사우디는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과 감산 논의를 두고 계산을 했을 것이고 그 실익은 감산을 유지하는 쪽이 크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류가 끊기 나라까지 방문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빈 살만은 2017년 이후 사우디 권련을 잡았지만 ‘업적’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아람코가 상장을 했지만 사우디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여타국에 추가 상장을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일부 선전은 하고 있지만 단일 투자 기준 최대 출자 규모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기록적 손실을 보이고 있죠.
만약 사우디가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성공한다면 상당히 많은 자금들이 아시아 여러 국가들로 몰릴 수 있습니다. 빈 살만은 권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견제(=미국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에 사우디를 끌어들인 것도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 경제, 산업, 기업 문제가 아닌 글로벌 정치 및 외교를 중심으로 한 힘의 균형 싸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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