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가졌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약 40조원 규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테마주들이 들썩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MOU는 반드시 사업을 진행한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맹목적으로 테마주를 쫓다가 오히려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점은 분명히 경계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중요한 것은 네옴시티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터파기가 시작됐으니 분명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예상되는 수익이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따라서 네옴시티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우선 가늠해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단연 돈입니다. 기본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하죠. 빈 살만 왕세자 자산이 2000조원 대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네옴시티만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에요. 각종 국정 운영 등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정 수입을 꾸준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담을 해결해주는 것이 단연 석유입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에 증산을 요쳥했지만 거절당했어요. 그 이후 OPEC+ 증산 얘기가 나왔지만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오히려 감산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우디는 산유국 중에서도 원유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에요. 여타 산유국들이 증산하면 유가는 하락할 수 있지만 결국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우디입니다.
사우디가 증산을 하지 않는 이유를 네옴시티 등 미래 재정수입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가정해볼게요. 일전에 빈 살만이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했는데요. 우리나라가 엑스포 2030을 사우디에 양보하면서 일본에 방문할 필요성이 없어진 탓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시나리오는 그저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빈 살만이 스스로 방문을 철회했다”는 것과 “일본이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원유 감산 논의를 테이블에 올리자는 것에 대한 반감”입니다. 여기서 ‘감산 논의를 테이블에 올린다’는 개념은 사우디가 취할 수 있는 다른 이득을 일본이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일본을 방문하지도 않고 취소해버렸다는 것은 ‘다른 이득’ 자체가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사우디가 감산을 하려면 일본이 그만큼 투자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빈 살만은 최근 아시아 주요국들을 방문했고 내년에도 그 일정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만약 사우디가 여타국에 투자를 해주는 입장이라면 굳이 직접 갈 이유가 없겠죠. 실제로 사우디는 투자를 하면서도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아마도 사우디 증산은 여타국들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얼마를 투자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런데 바이든은 사우디 투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엇박이 나는 상황입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상 ‘폭’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고요.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될 정도로 그간 금리 인상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리를 올려도 유가 등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컨트롤 하지 못했으니 정책 여력 한계치에 도달한 셈입니다.

이제부터 유가 방향이 진정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사우디에 증산 대가를 명확히 계산해 지불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유가가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를 두고 유럽연합(EU)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요. 합의가 돼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수급 문제로 국제 유가가 오히려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현재 원유 시장은 가격 하방 경직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사우디가 가진 선택지가 많습니다. 꼬인 실타래를 미국이 어떻게 풀어갈지 여부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딥서치 앱 설치로 딥서치 인사이트는 물론 각종 기업정보, 뉴스, 공시, 특허, 증권사리포트 등을 한 번에 확인하세요. 원하는 주제를 직접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딥서치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