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과 카페24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대상 풀필먼트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습니다. MOU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CJ그룹과 네이버 그리고 카페24의 관계를 보면 상당히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CJ그룹과 네이버가 여러 부문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죠. 특히 CJ대한통운은 물류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강화하고 있는 쇼핑 부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상대적으로 카페24는 생소할 수 있는데요. 카페24는 호스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네이버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카페24 지분 14.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 이전부터 카페24는 D2C(소비자 직접 판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D2C 사업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무한출혈경쟁을 거쳐 이제는 어느 정도 안착되는 수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쿠팡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이커머스로 부상했고요. 여타 경쟁사들은 매각돼 재편되거나 재검토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3분기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이 기조를 이어가게 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 동안 쿠팡 대항마로 지목됐던 곳은 사실 네이버입니다. 마진 등을 떠나 우선 규모 측면에서 쿠팡과 비교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던 것인데요. 그런데 이 비교 자체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네이버는 개별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형태고 쿠팡은 거대 오픈마켓 속에서 ‘쿠팡화’ 시키는 것이죠.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개별 사업자 입장에선 어느 쪽에서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지, 마진은 얼마가 남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겁니다. 그 우위가 정해지지 않는다면 양쪽 플랫폼을 모두 운영할 수도 있고요. 지금 당장은 로켓배송을 등에 업은 쿠팡이 유리하지만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도착보장’ 서비스가 안착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배송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다면 그 이후부터는 ‘상품’이 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배송서비스를 기준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죠. 예를 들면, 원하는 브랜드 상품이 아니더라도 로켓배송이 가능하다면 대체품을 주문하는 겁니다. 하지만 배송속도가 같다면 특정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CJ제일제당이 쿠팡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요.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그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서로 다른 경쟁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이커머스들도 전략을 다시 세울 것 같습니다. 좋은 상품을 빠르게 배송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커머스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이커머스 분야에서 마진을 높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타 분야에서 수익성을 높여 이커머스를 보전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가 강력한 측면이 있습니다. 쿠팡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지 여부입니다. 나이키가 자신 있게 아마존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인지도와 가치를 믿었기 때문이에요. 플랫폼과 상품 중 누가 시장을 이끌지 여부가 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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