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쓰고 ‘미국 자국 생산 주의’로 읽는 이 법안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도 IRA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IRA는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 완성차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도 IRA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IRA는 현대차와 기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특수 요인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모두가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이죠. 실제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주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GM은 미국 기업, 도요타는 로비를 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두 기업 주가는 IRA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도 여타 경쟁사 주가 대비 선전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과 동시에 경쟁이 본격화된 점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소재, 배터리, 전기차 순으로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즉, 완성차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소비자는 바로 외면을 하게 되니까요.
반면, 소재는 전적으로 수요, 공급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는 소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재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에 가격 상승분을 전가 가능(100%는 아님)합니다. 배터리 업체는 소재 업체보다는 덜 하지만 기술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주체가 제한적인 탓에 완성차 업체에 가격 전가가 가능합니다.
업계 분위기는 주가가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케미칼(소재),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현대차(전기차)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죠. IRA가 걸림돌이 되지 않더라도 현대차는 여타 경쟁사들과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합니다.
결국 전기차 산업은 마진 경쟁인데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더욱 중요하겠죠. 현대차와 기아가 배터리 수급을 안정화 시키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마진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여타 배터리사와 합작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여타 전기차 업체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죠.
IRA 탓에 현대차와 기아 주가만 하락했다면 돌파구가 막막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여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주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과 동시에 산업 전반에 대한 구매력 감소(전기차 구매)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IRA가 현대차나 기아에게 불리한 환경인 것은 맞지만 미국 기업(정확히는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을 제외한 완성차 브랜드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당연히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면 배터리, 소재 사업보다 완성차 업체가 우위를 점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현대차와 기아 주가 하락을 두고 IRA를 탓할 것이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또 ‘경쟁’은 불가피한 싸움이기 때문에 IRA를 언급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소비자는 충분히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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