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은데 이어 STX중공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습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과 조선 기자재 제조 등에 주력하는 기업입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을 놓고 보면 말 그대로 수직계열화를 노리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수주를 담당하고 선박 제작에 필요한 엔진이나 기자재를 STX중공업이 담당하는 겁니다.
HD현대그룹(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기업결합심사 문제로 좌절됐어요. 하지만 STX중공업 인수에도 참여하는 것을 보면 수직계열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중공업은 크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로 나뉩니다. HD그룹 계열에는 현대미포조선도 있기 때문에 외형은 HD현대그룹이 가장 크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순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조선중공업 3사의 수주 잔고는 90조원에 달합니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합산 기준)이 약 20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4~5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감이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조선중공업은 외형 변수(환율, 유가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주잔고만으로 미래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원가율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하고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없어야 추후에 대금을 받을 수 있어요. 그만큼 ‘수주산업’은 여타 산업 대비 예측이 어렵고 경영도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전반적으로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왜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은 그 어려운 길을 가려는 것일까요? HD그룹은 본업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한화그룹은 다소 이해야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한화그룹이 그 어려운 ‘수주산업’을 잘한다는 겁니다. 에너지, 인프라, 건설, 방산 등에서 지난 수십년간 성장을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죠.
따라서 아마도 가장 적절한 질문은 ‘왜 지금인가?’일 겁니다. 국내 조선업은 2000년 이후 금융위기 발발 직전까지 가장 크게 성장했습니다. 당시 중국이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이 부족했고 유럽이나 일본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죠.
지금은 약간 변화가 있긴 해도 이 구도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조선중공업도 ‘친환경 시대’라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 했습니다. 세계 무역 경기 악화가 우려되지만 이전(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는 물동량 증가, 친환경 선박 교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국면을 앞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대전환에 따른 선박 수요 증가도 한 몫하고 있는데요.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선 조선중공업 동향이 그룹 전체 전략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년 전 방산과 에너지를 그룹 차세대 먹거리로 정해놨으니 이제는 실행에 옮기는 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한화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으나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 계획을 철회했어요. 그만큼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가 큰 변화에 맞닥뜨린 이 시기를 적절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합니다.
마치 전기차가 태동하는 시기에 교체 수요가 몰리고 관련 부품 기업들이 들썩인 것처럼 바다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단위 규모가 크고 대외 변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다르긴 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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