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보통주+우선주)을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액으로는 무려 3조원 규모입니다. 국내 자사주 소각 역사상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삼성물산 측 설명을 요약하면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재원을 투자에 써서 활용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앞으로 삼성물산은 자사주 매입도, 소각도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다만 배당성향은 60~70%를 유지하는 주주환원 정책은 지속됩니다.
얼마 전 금융당국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불발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다수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과거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배력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자사주를 우호세력이 KCC에 넘기면서 의결권을 부활시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힘을 실었죠.
그 이전과 그 이후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인적분할 등은 마치 공식처럼 사용됐는데요. 대부분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지다보니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투자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했고요.

이 때부터 국내 증시에서는 행동주의펀드들이 눈에 띄게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지적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ESG 경영이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외부 시선을 더욱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사주 매입 후 활용 여부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자사주 매입이 과연 주주를 위한 것인지, 오너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쓰이는지 여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는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물적분할하는 방안에도 주주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인적분할이든, 물적분할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그것이 궁극적으로 주주를 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
따라서 삼성물산 입장에서보면 자사주를 갖고 있을 명분이 없습니다. 적대적 합병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가 유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차라리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 가치를 올리면 기존 주주들의 더 큰 지지를 얻을 수 있기도 하고요.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꼼수를 쓰지 않아도 되고 경영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죠.
아마도 삼성물산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자사주 소각이 경영권이든, 지배구조 안정이든 모든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마디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전략이 오히려 시장에서 반감을 사기 좋다는 뜻입니다.
한편, 삼성물산의 이번 결정이 여타 그룹 계열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아직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쓰이는 경우는 제한적이거든요. 해당 기업과 삼성물산을 비교해 주주환원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의 대규모 자사주 전량 소각이 여타 국내 그룹사들과 기업 지배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 문제가 이제는 해결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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